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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랜덤초이 May 24. 2024

종이 신문이 그립다

요즘 사람들은 종이 신문을 잘 읽지 않는다.


과거에는 집집마다 신문을 구독해 읽는 게 당연했고 일간/ 석간/ 경제/ 스포츠 등 여러 유형의 신문을 구독해서 읽는 경우도 많았다. 


아침에 일어나 현관 앞에 배달된 두툼한 신문을 들다 보면 신문 사이에 끼워진 광고 전단지들이 후드득 떨어질 때도 많았고 배달앱이 없던 당시에는 그렇게 전해진 전단지들이 소중한 정보원이 되기도 했다.

명절 연휴면 신문을 뒤져 TV편성표를 오려내서는 보고 싶은 프로그램에 색칠해 접어 두곤 했었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다 읽은 신문을 선반 위에 올려두면 눈치 보며 먼저 집어 읽으려 하던 일들도 기억에 선하다. 

종이 신문이 워낙 활성화된 시절에는 대학에서도 신문사 활동으로 별도의 신문을 발행했었고,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자기 학교 학생 신문을 보내주던 문화도 있었다.


종이 신문에 얽힌 수많은 기억들이 참 다양하게도 머릿속에 선하지만 어느새 종이 신문은 현실 생활 속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고, 어린 친구들은 아예 경험해 본 적도 없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먼 얘기처럼 느껴고 있을 정도이다. 



사람들은 요즘 왜 종이 신문을 읽지 않을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유는 기술의 발전이다.

종이 신문 역시 인쇄술이라는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성장했듯, 그 쇠퇴 역시 기술의 영향이 가장 컸던 것 같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같은 기술의 대중화 덕분에, 종이 신문보다 훨씬 다양한 멀티미디어 정보를 종이 신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심지어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니 신문의 효용은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든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얻은 효익이 크다 보니 사람들의 행태가 바뀐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나는 종이 신문 시대의 감성이 사라진다는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곤 한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기사의 깊이가 얕아진다는 점이다.

드라마 제작에만 쪽대본이 있는 게 아니라 요즘은 뉴스 기사를 릴리즈 하는 것도 속도전이 되고 있다.


그러니 뉴스 기사의 양은 폭증하지만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제목만 선정적으로 바뀌어 인터넷을 흘러 다닌다. 매체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퍼 나르는 사람들의 것까지 생각하면 진짜 우리는 그야말로 가벼운 선정적, 선동적 기사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AI가 만든 기사들도 많고 최소한의 데스킹도 이뤄지지 않은 기사들이 넘치다 보니  그중에는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틀린 기사도 수두룩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회수가 곧 비즈니스가 되는 현실은 기사의 질을 논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과거처럼 적어도 하루는 묵히고 전달되는 뉴스가 그립다.

어제 일은 오늘 신문에, 오늘 일은 내일 신문에서 보고 싶다.


하루라는 시간 속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시선이 무르익어서

좀 더 절제되고 정제된 표현으로 정리된 글을 읽던 시절이 그립다. 


종이 신문을 하나 구독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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