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성(週期性)에 대한 기대

by 랜덤초이

지난 2024년은 처서(處暑)가 지나도 열대야가 기승을 부려 편안한 잠자리를 위협했다.

심지어는 추석(秋夕) 무렵에도 잠들기 어려운 무더운 밤이 지속됐다.


당시에는 이제 우리나라도 동남아 같은 날씨로 변한 것이구나 생각이 들었지만,

요즘 영하의 추위를 오래도록 경험하다 보니 그건 아직까지 나의 섣부른 생각인가 싶기도 하다.


계절이 변화하는 이유는 지구의 기울어진 자전축과 공전의 영향이라고 한다,

그런 과학적인 근거는 정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사람들은 살아가면서의 경험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예측하고 살아왔다.


물론 우리나라의 기준이겠지만,

여름이 가면 가을 그리고 겨울이 오고 다시 봄이 찾아온다.

하루를 기준으로 생각해도 밤이 지나면 반드시 낮이 찾아온다.

너무 당연하게 알고 있는 사실인지라 그런 순서를 거스르는 경우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지 않을까 한다.

이렇듯 주기적으로 재현되는 자연의 변화는 우리에게 불변의 경험칙이 되어있다.

그래서 우리들의 생활 속에는 이런 자연의 주기성을 이용한 금언들이 여럿 존재한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들이 그렇다.


누구나 알고 있는 자연현상의 주기성이 화자의 주장에 더욱 공감 가고 힘을 갖게 만든다.

인생에서 겪게 되는 고통과 고난의 시기를 마치 어두운 밤이나 추운 겨울과 등치 시켜서 그런 힘든 시기가 반드시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갖게 만든다.


사람들은 삶의 운명이나 운세를 점치는 경우에도 주기성이 적용된다고 믿기도 한다.

흔히 접하는 오늘의 운세도 태어난 띠에 영향을 받고, 어떤 이는 바이오리듬을 따지기도 하고, 또 새해가 되면 삼재에 해당하는 해가 아닌가 따져보는 사람들도 많다.

어쩌면 사람들의 운명도 대자연의 법칙처럼 순환하고 주기성을 갖는다는 생각일 것이다.


어려서부터 점이나 운명을 믿지 않았던 나였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그런 걸 따지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고 어느 정도 연민이 느껴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런 주기성을 믿고 기대하는 건, 당장 지금의 현실이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뜻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인생에도 자신만의 봄날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란 희망을 갖고 싶어서...

인생사의 순환과 주기성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리라.


나 역시 나이가 든 지금은 인생의 주기성을 기대하며 살아간다.

자연이 주기적으로 순환되듯 사람의 운은 변할 것이라고 믿으면서 ...

다만 그 인생의 주기성이란 게 핼리혜성처럼 한 76년마다 돌아오면 어쩌지?

결국은 살아있는 동안 그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런 주기성에 대한 믿음마저 없다면 현실의 어려움을 무엇에 기대어 위로 받을 수 있을까?


그러니까 제발 계절의 변화 같은 자연의 순환은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상기후니 뭐니 사람들의 경험칙을 뒤흔드는 일들이 만연하면, 그나마 붙들고 있는 멘탈이 더 힘들어지지 않겠는가 말이다.


자 이제 곧 3월이다.

추위는 슬슬 가시고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차례차례 고개들어 사람들에게 다시금 희망을 일깨워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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