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설까 말까

by 랜덤초이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나설 것인가, 물러설 것인가를 고민하며 산다.


이 선택의 순간을 설명하는 흥미로운 두 가지 심리학 용어가 있다.

주변에 사람이 많을수록 어려운 사람을 돕지 않게 된다는 '방관자 효과'와, 나만 유행이나 정보에서 뒤처질까 봐 불안해하는 'FOMO 증후군'이다.


이 두 현상은 인간의 묘한 이중성을 보여준다. 길에서 누군가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으면 사람들은 슬그머니 발걸음을 옮긴다.

‘나 말고도 도와줄 사람은 많겠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책임져야 할 일이나 번거로운 상황 앞에서는 철저히 자신을 지우고 관찰자가 된다.

"왜 꼭 내가 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행동을 가로막는 셈이다.



그런데 이득이 되는 일 앞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이 나타난다.

맛집 줄서기부터 주식 투자, 최신 유행까지 남들이 다 하는 것에서 나만 빠지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불안해한다.


이때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가장 열정적인 참여자가 된다.

방관자일 때의 그 신중함은 온데간데없고, 어떻게든 그 흐름에 끼어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결국 사람은 손해 볼 일에는 방관자가 되고, 이득 될 일에는 참여자가 되고 싶어 한다.

남의 고통에는 "누군가 하겠지"라며 무관심하지만, 나의 소외에는 "나만 빼고?"라며 민감하게 반응한다.


타인의 아픔을 대할 때는 차가운 이성을 발휘하다가도,

자신의 욕망 앞에서는 뜨거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우리들의 솔직한 모습이다.


이런 현상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사회가 조금 쓸쓸하게 느껴진다.

남의 불행에는 둔감해지고 자신의 이익에는 한없이 예민해진 탓이다.

모두가 방관자만 자처한다면, 정작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내 곁에도 방관자들만 가득할지 모른다는 사실은 잊고 사는 듯하다.


매번 정의로운 영웅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언제 참여하고 언제 방관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는 있다.

"꼭 내가 해야 하나"라는 물음을 "나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로 바꾸는 아주 작은 시도가,

이 계산적인 사회를 조금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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