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샤인

그날 검은 비닐봉지에 매달려 우리 집에 온 식물은 바로 문샤인이다.

by 도래솔


당신은 이미 문샤인을 알고 있다.

노란 테두리의 초록색 호랑무늬를 가진 산세베리아를 본 적이 있다면, 이미 당신은 문샤인을 반쯤 아는 것이다. 왜냐하면 문샤인도 그들과 같은 ‘산세베리아과‘의 식물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영어이름은 흥미롭게도 ‘Snake Plant’인데, 시어머니의 혓바닥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고 한다(외국에도 비슷한 시댁풍경이 펼쳐졌던 것인가 싶기도 하고,, 뭔가 신기하다.) 하지만 나는 내 문샤인을 그렇게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굉장히 강렬해서 뇌리에 잘 남는 이름이긴 하지만, 어쩐지 정이가지 않고, 한편으로는 이름을 지은 사람이 별로 좋은 마음을 담지 않은 채로 우습게 지어준 것 같아서, 대신 문샤인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있어서 정말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열정과다 초보 식집사를 참아준 식물

집에 도착하자 적당히 해가 늘어진 오후가 되어있었고,, 가족 모두 집을 비운 주말 오후 홀로 작은 식물을 두 손으로 소중히 들고는, 고장 난 로봇처럼 소중한 생명을 어느 곳에 두어야지 잘 자랄까 우왕좌왕 거리던 순간을.


나는 볕이 드는 모든 시간 동안 문샤인이 가장 해를 잘 받을 수 있는 자리를 찾아 계속해서 그의 자리를 옮겨주었고, 그날 밤 문샤인은 내 머리맡에 놓였다.


어디선가 주워듣기를, 식물은 공기정화 능력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하는 이야기이지만, 사실 거의 아무 효과도 없다. 공기정화용 식물이 실내의 한 공간의 공기를 정화시키기 위해서는 공간 절반정도에 육박하는 식물들이 가득 차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양재에 있는 식물비닐하우스 정도에 가야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던 초보 식물 집사는, 아주아주 설레는 마음으로 그렇게 머리맡에 문샤인을 놓고 잠든 것이다. 불행하게도(?) 잠버릇이 고약했던 탓에,, 아침에 일어나자 사방이 흙투성이 었고 나의 사랑하는 문샤인은 밤새 한 인간의 잠버릇에 봉변을 당해 처참히 쓰러져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다행히도 어디가 상하진 않았다.)



나태 식집사와 살아주는 식물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그때와 비교하면 식물에 쏟는 애정도 많이 사라졌다. 60개가 넘는 식물들의 잎을 일일이 닦고, 물을 주고, 비료와 분갈이를 하던 열정이 사라졌다. ‘식태기’가 온 것이다. 취미에 대한 열정이 식듯, 식물에 대한 열정이 식었고 문제는 이미 내 삶에 너무나 많은 식물들이 들어와 남아있었다. 계절이 바뀌고 겨울이 한 번씩 지나갈 때마다 여러 개의 화분이 비워졌다.


놀랍게도 그 모든 계절과 겨울마다 문샤인은 아주 굳건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나의 첫 식물이었던 그는, 나의 마음이 이리저리 날뛰는 동안에도 그저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자신이 놓여있던 자리를 가만히 지켰고, 그사이 통통한 잎사귀 두장 안팎으로 여러 개의 잎이 돋아나 길고 넓은 자기만의 숲을 만들었다.



햇빛 없이 잘 자라는 식물은 없다.

인터넷에서 문샤인은 음지 식물이라고 나온다. 이는 햇빛이 없는 곳에 둬도 잘 자란다는 말이다. 그의 잎 색깔을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되기도 한다. 쨍한 초록빛보다는 하얗게 질린 창백한 은빛의 녹색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여름철 베란다의 식물 배치를 할 때, 항상 그늘진 곳에 그를 놓아뒀다. 음지식물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서 나의 식물선배님이 강한 여름 태양이 가득 드는 야외 테라스에서 키운 문샤인 사진을 올리신 적이 있다. 사진 속 문샤인은 내가 아는 수형과는 전혀 다른 형태를 띠고 있었다. 수줍은 듯 두 개의 잎사귀가 겹쳐 단아하게 뻗어있는 형태가 아닌, 아주 공격적으로 좌우 대칭을 맞춘 채, 그 모습이 마치 성난 문지기 같아 보였다.


내가 간과했던 것은 그의 원산지였다. 문샤인은 동부 인도, 아프리카 식물이다. 강한 태양과 건조 속에서도 살아남는 식물. 그래서 여리여리해보이는 그의 잎 색깔과는 전혀 다른 특징을 보여줄 수도 있다는 것.


햇빛 없이 잘 자라는 식물은 없다. 견딜 수 있는 식물은 있어도! 그래서 만약 내가 다시 문샤인 키우는 법을 정리한다면, 꼭 이렇게 말하고 싶다. ’ 그의 본모습을 알고 싶다면,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키워보세요.’라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식물 덕질, 그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