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동 오후 두 시

by 김승일


정역에 내려 알라딘에 갔다. 이번 달 모임 책은 욘 포세의 샤이닝. 예전 읽었던 그의 다른 책, 독백으로 가득한 두세 장에 강하게 몰입했던 기억이 있다. 혹시 쓸 글이 있을까 챙겨 온 아이패드가 무거워질 무렵, 알라딘 서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박서련의 소설 속에 마른 나뭇잎 책갈피가 끼워져 있다. 혼자만의 즐거움이었던 내 습관을 다른 사람에게서 발견하는 기쁨, 그것만으로 평소와 달리 약간 설레는 오후다.



부인지 핀잔인지 모를 형과의 아침 인사를 뒤로 하고 서둘러 나오느라 배가 고팠다. 한 번 가 봤던 우동 카덴 앞에 가 보곤 늘어선 줄에 황급히 발을 돌린다. 정해 놓은 곳 없이 골목을 돌아다니며 가게를 찾는 것을 좋아한다. 즉석우동 앞에서 잠시 서성이다 그냥 카페로 향한다. 이렇게 끼니를 못 챙긴 적도, 두 번 밥을 먹은 적도 있다.



가 태어난 해 집에 온 나무가 있다. 베란다에 나가 가끔 그 나무를 보고 친구처럼 느낀 적이 있다. 누가 다가와 뭐 해, 라고 물으면 그냥, 이라고만 했었다. 나무와 몰래 쌓은 우정이 있어서 나무를 잘 쓴 공간을 좋아하고, 앤트러사이트를 자주 간다. 커피와 케이크를 주문하고 아까 산 샤이닝을 펴 본다. 눈은 문장을 따라가는데 머릿속은 다른 생각으로 가득하다. 이 작가의 책이 그렇다.



에 나와야 책이 읽히고, 뭐라도 쓰는 습관은 언제부터 생긴 걸까. 숙제처럼 가져온 책이 가방에 가득하다. 무료한 시간, 낯선 공간에서 연휴 끝 적절한 오후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