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다리

by 김승일

거절할 일도 많고, 거절당할 일은 더 많다. 거절을 잘해야 성공한다는 내용의 릴스에 잠깐 멈춰있다 다시 스크롤한다. 거절도 생각해 보면 선택 중 하난데, 요새 내 맘대로 선택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끌려다니고, 괜한 곳에 최선을 다하고.



일요일 아침 일어나 영화 한 편을 보고, 무작정 아차산으로 간다. 땀을 흘리고 싶었다. 배달 음식, 편한 자세, 그런 것에 익숙해지는 게 싫어 고생을 좀 하고 싶었다. 도착하자마자 반기는 나무들, 전망대 옆 바위 누워 자는 커플, 시원하게 흐르는 땀, 예민한 맘이 조금씩 녹았다.



자기 자랑이 늘고, 너스레가 심해졌다. 나 잘나야 한다는 책들을 많이 봐서 그럴까. 이사 올 때 두고 온 책들을 다시 가져와야겠다. 쌓여있던 소설과 수필, 그 물성에 내 성격도 포함되어 있었나 보다. 무심코 탄 지하철 같은 칸 신부님 두 분, 문득 책 한 구절이 떠오른다. 식물이 좋다, 같은 밭에 다른 종 심어도 흉내 내지 않고 자기대로 나는 식물이.



거절을 좀 당해야겠다, 싶다. 웬만한 책 보다 영화보다 센 반성이 거기 있었다. 어제 간 식당에서 오냐오냐 하는 어른들을 흉보곤, 내게만 편한 양반다리는 풀지 않았었다. 다급하게 고쳐 앉아 본다, 막무가내로 앉아 있는 내 맘을 다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