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비행기

by 김승일


소파에 누워 오늘 뭐 하지, 하고 생각한다. 약속 없는 날은 티브이 없는 거실 덩그러니 있는 소파에 종일 누워 있는다. 깍지를 끼고 누워있다 보면 잠에 들어 계획한 일을 놓치기도 한다. 그러나 상관없다.



나와의 카톡이 업무보고 연습장이 됐다는 말을 어딘가에 적어 놓았다. 출근하면서는 30대에 들어야 하는 재테크 강의를 듣고, 점심 시간에는 이혼에 대한 에세이를 읽고, 사무실로 돌아가면서는 아이돌 음악을 듣는다는, 그런 일상에 익숙해졌다는, 싫지 않다는 말도 입에 붙었다는, 일상을 뻔뻔하게 보내고 있다는 말들을.



그 독백의 끝에는 몇 시간씩 걸려 굳이 해외로 나가도 이렇다할 감상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다. 돌아보면 그렇지 않다. 투정이다. 끝도 없이 펼쳐진 자연에, 날이 가는지도 모르고 자기 일에 매진하는 말과 소, 양들. 집을 찾아 돌아가는 긴 행렬의 야크 떼들. 그 풍경에 반하기도 겁내기도 했으면서 어설픈 투정이라니.



거기 가선 그런 말도 했다. 고민이 없는 게 고민이라는. 고민을 바라보며 살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보이는 것만 보고 살았다면 난 벌써 주저앉았을 것이다. 사실 이제는 알고 있다. 나무와 잎새, 비와 햇살만으로도 우리는 얼마나 큰 기쁨을 얻고 있는지.



티브이를 사라고 보채는 주변 사람이 많지만, 아마도 거실에 소파만 둘 것을 나는 안다. 작은 거실 누워 다시 하늘을 상상한다. 어쩌면 20평, 30평이라는 규격의 방이 아니라, 무한히 펼쳐진 하늘을 꿈꾸는 맘으로 살아가야 함을. 깍지를 머리 뒤로 끼고 누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