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by 김승일


상은 사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책을 읽으며 임용 공부하던 때를 떠올려 본다. 책 몇 권도 제대로 못 파고들며 세상 공부를 더 하고 싶은데, 하는 생각을 했다. 이 공부를 그만두게 되면 세상 공부를 많이 하겠다며. 그랬었다. 그랬다가 금방 시들해지고 지금은 아무 공부도 하지 않는다.



새 강의에서는 머리에 뭘 집어넣는 게 아니라 있는 걸 잘 꺼내라고 주문한다. 내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있지. 이런저런 공부를 많이 한 것 같은데, 막상 떠오르는 건… 별 게 없다. 다음 주 당장 해야 할 일들, 어제 본 만화,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벌여 놓은 몇 가지 일들, 관계들. 소비기한 일주일 지난 계란을 아직 먹어도 될까.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책을 읽어볼까. 앉고 싶은 자리에 누가 앉아 있네…



10분 만에 사고방식을 바꾸는 법‘, ‘자존감이 높으면 절대 안 하는 행동‘ 같은 제목의 강의들. 잘 먹고 잘 살라는 의도로 만든 강의들이겠지만, 전혀 보고 싶지 않다. 전에는 강의를 자주 보곤 했는데, 날 제발 봐달라는 신호엔 왠지 반응하고 싶지가 않아서일까. 그것보단 진심이 없어 보여서 같다. 잘 포장된 도넛 100개를 구경하는 느낌. 예쁜 포장으로 성공한 도넛 브랜드는 오히려 너무 예뻐서 재구매가 안 이뤄졌다지. 참 이건 강의에서 들은 내용이긴 하네.



런 공부들 끝에 다다른 오늘의 일상에서 특별히 안 되는 일은 없지만 잘 되는 일도 없다. 영화라면 내가 좋아하는 지루한 드라마다. 그치만 이상하게, 뭘 머리에 집어넣거나 대단한 뭔가를 꺼내지도 않지만, 공부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배울 게 많다는 느낌이 든다. 지루함과 수습, 반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