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생 후르츠'
바람이 불면 낙엽이 떨어진다
낙엽이 떨어지면 땅이 비옥해진다
땅이 비옥해지면 열매가 열린다
차근차근, 천천히
진세 후루츠(인생 후르츠)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담아놓은 영화를 발견했다. 영화가 상영하기 전 우연히 본 포스터에 끌려서 영화 상영일을 저장하고,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삶을 누군가의 인생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나다운 것과 그리고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진 능력자 부부. 90세 츠바타 슈이치 할아버지와 87세 츠바타 히데코 할머니는 오늘도 집 앞마당을 가꾸신다. 앞마당에서 나온 야채와 과일로 오늘의 요리를 하시는 할머니와 중간중간 귀여운 그림을 그리는 할아버지.
한 부부의 일상을 담아놓은 다큐멘터리를 영화로 담아놓았다. 울창한 나무 밑에서 계절별 과일과 야채를 가꾸는 일상, 그리고 참새가 물이 마시고 싶을 때를 배려한 새들이 물 마시는 공간까지 아기자기하게 갖춰진 '비밀의 화원'같은 아름다운 풍경이 계절별로 보인다.
할아버지는 유능한 건축가로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건축에 대한 생태학적인 시선과 신념 vs 산업화, 도시화라는 이름은 공존할 수 없었다. 빼곡한 아파트와 산을 민둥산으로 만드는 도시의 개발 방식을 거부한 할아버지.
바람이 지나갈 수 있고, 숨 쉴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나무가 살아있는 공간을 위해서 할아버지는 동네에 나무가 사라진 공간을 녹지화 하였고 집과 집의 다른 차이와 다양성을 사랑하셨다.
산업화가 한창이던 시대, 눈만 뜨면 일란성쌍둥이 아파트가 태어나는 도시에서,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할 때에도 할머니만은 할아버지를 믿어주셨다. 묵묵히 그 옆을 지켜주셨다. 사랑이란 계절의 변화처럼 자연스럽고, 그렇게 담담한 것임을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인생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짓고 싶은 집과 할아버지 집이 너무 닮아서 놀랐고, 나의 소신을 지키되, 더불어 살아가는 그 모습에서 닮고 싶은 인생의 롤모델을 만나서 더 놀랐던 영화. 영화는 잔잔하다. 특별한 사건, 사고가 아닌 부부의 조용한 일상과 환경에 대한 생각. 그리고 도시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유현준 건축가의 '도시란 무엇인가'에서 바람길에 대한 생각+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에서 본 건축+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님의 메시지가
이 영화'인생 후르츠'에서 한 장의 사진처럼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차근차근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