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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감성을 촉! 촉! 하게

유병욱, '평소의 발견'

by 그럼에도
노래는, 현존하는 최고의 타임머신이다.


< 오래전 그 노래의 소환술 >

(전자책 62%)


노래는 나를 가장 빨리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되돌려줍니다. 왜일까요? 왜 하필 음악일까요? 제가 뇌과학자는 아니니 과학적인 인과관계는 알 수 없고, 쌓인 경험을 통해 추측하자면 이렇습니다. 노래는 당시의 내가 존재하는 '공간'과 결합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책은 읽기에 집중하면 책이라는 세계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내가 어느 곳에서 책을 읽었는지는 음악에 비하면 확실히 기억에 덜 남는 것 같아요. 깊이 감동한 미술작품들은 대체로 미술관이란 공간 안에서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음악은 좀 다르죠. 꽂혀서 듣던 음악은 그 시절, 내가 스치고 머물던 공간들의 배경이 됩니다. 그 음악을 듣던 날 보이던 창밖, 그 음악이 흐르던 호프집과 나의 친구들, 그 음악을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걷던 길과 그때의 마음 같은 것들이 다 연결되죠.


+ 중략


때로는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노래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일종의 통로입니다. 우리는 그 통로에 잠깐씩 귀를 대었다가, 각자의 자리로 돌아오죠. 그러나 어느 시절 우리는 어떤 노래와 너무나 깊숙이 교감한 나머지, 그곳에 우리를 조금 남겨두고 돌아옵니다. 스티커를 떼어내도 자국이 남는 것처럼.

그래서 훗날 우리가 '그 노래'에 다시 닿으면, 통로에 여전히 남아 있는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나게 되는 거죠.

나이 먹은 내가 노래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어린 나와 이어져 있다는 상상은 저를 미소 짓게 합니다.



sticker sticker

중학교 때 서점에서 우연히 이승환의 '천일동안'이라는 음악을 듣고 빠져들었다. 왠지 모를 뭉클함. 이별이 뭔지도 모르는데, 음악만 듣고도 '상상 이별'을 한 것 같은 아린 느낌. 사춘기에 갓 진입한 말랑말랑한 감수성으로 듣기엔 너무나 아프고 아름다운 노래였다.


최근에 우연히 승환 오빠 노래 한 곡을 듣다가 검색해보았다. 검색은 알고리즘 친구를 불러주었고, 그렇게 콘서트 영상까지 완주하게 되었다.


음악이 좋아서 들었다고는 하나, 듣다 보면 과거의 추억이 소환된다. 내가 잊고 있던 시기로 빨려 들어가는 매력! 바싹하게 메마른 감성에 3분이라는 시간, 그때 그 노래 한 곡이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이번 주는 집에 가는 시간이 평소보다 길어졌다. 전보다 조금 늦게 출발했는데, 예상 시간보다 더 많이 막혔다. 그 시간 내내 콘서트 영상을 통째로 보고, 듣다 보니 퇴근길 피곤함이 사라졌다. 오히려 집에 도착할 때는 기분이 좋아지는, up 되는 마법. '이래서 콘서트를 가는구나'라며 12월 콘서트를 찾아보았다. 현실은 코로나로 3월로 연기 ㅠㅠ


그래도 한 줄기 희망은 온 택트!!! 집 안에서 콘서트를 바라보는 시대가 왔다!!! 오프라인의 매력은 잠시 접어두고, 온 택트로 감성의 폭포수를 만들어봐야지!

12월 13일 이승환 온 택트 콘서트

삭막한 현실에 음악은 사랑이어라!


연말이라는 쓸쓸함과 코로나라는 무서운 현실을 잠시라도 잊고, 달달한 감성을 충전할 생각에 금요일인 오늘부터 너무나 설렌다. 여행 가기 전의 설렘이 여행하는 순간보다 더 좋은 것처럼~


모레 저녁의 생각으로 훈훈한 금요일 저녁!


일상 탈출~ 감성에 당 충전 Go Go~~~


https://www.c-straw.com/cmall/lists (콘서트 보실 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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