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우,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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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굴하거나 발명해야 하는 것 같다. 내가 아는, 행복을 누리는 모든 사람이 그렇다. 심지어 타고난 천성으로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오래전부터 자기만의 행복을 발굴한 결과 그런 삶을 얻었다는 걸 알았다. 그에게는 오랜 싸움의 과정이 있었다. 그리고 삶의 어딘가에 숨어 있던 행복을 끄집어내어 드러나게 하고, 삶 속에 안착시키는 법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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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그 밖의 수많은 사람 혹은 현실은 견뎌내야 하는 쪽에 가까웠지, 누리기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늘 방에 돌아와 침대에 파고들고, 책이나 노트를 펼치면, 그 고요 속에서 비로소 낮 동안 나를 휩쓸고 지나간 타인들로부터 씻기면서 어떤 평안을 얻는 시간이 도래했다.
그 내밀함은 나에게 산소나 물과 같아서 내밀함의 저수지가 줄어들 때면, 깎여나가거나 소진될 때면 나의 존재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어떤 피로를, 부서져버릴 듯한 불편함과 괴로움을 느끼곤 했다.
내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들은 그처럼 내밀했던 시간들이다. 화려했던 시간들, 복잡다단하거나 정신없었고 그만큼 '많은 것'을 경험했다고 여겨지는 어떤 순간들은 때때로 나를 성장시켰을지 몰라도, 흩날리는 낙엽처럼 내 안의 깊은 것으로 남아 있지는 않다. 그런 순간들은 강렬하지 않으며, 기억되지도 않는다. 오직 내밀했던 시간만이 나의 시간이고 , 나를 이루어왔던 경험이다.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 역시 내밀함을 공유했던 사람들이다.
+ (중략)
내 삶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역시 내밀한 시간에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삶은 기나길고, 그 속에는 견뎌내야 할 많은 순간이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저 오랜 내밀함의 시간을 슬며시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늘 내 곁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수호신처럼 그 시간에 인사를 건네고, 위로를 받고, 또 바깥에서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내밀함이 나를 지켜줄 것이다.
행복이라 함을 거창하게 말하지 않아도, 먹는 거 좋아하는 나의 저녁 메뉴에 대한 고민과 상상ㅎㅎ그리고 잘 자라고 있는 몬스테라 잎사귀 만져보기, 어제보다 아주 조금 나아진 summer 연주 실력, 브런치에 쓰기 위해 시작했지만 이젠 익숙해진 독서, 요새 푹 빠진 콘서트 영상 보고 듣기 등등~
나를 설레게 하고, 웃음 짓게 하는 일들의 빈도를 늘려가기, 행복은 이렇게 발굴하거나 발명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