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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길 수 없는 아이의 눈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2'(민음사)

by 그럼에도

p.71

아이들은 레빈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고, 언제 그를 보았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를 대할 때 수줍음과 혐오가 뒤섞인 기묘한 감정을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위선적인 어른을 대할 때면 흔히 그런 감정을 드러냈는데, 그 때문에 걸핏하면 호된 벌을 받곤 했다.

위선은 통찰력이 뛰어난 가장 현명한 사람까지도 어떻게든 속일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경우에는 가장 덜떨어진 아이조차 위선자를 알아보고 외면해 버린다. 설사 그 사람이 아무리 교묘하게 위장한다 해도 말이다. 레빈의 결점이 어떤 것이든, 그에게는 위선의 기미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기들이 어머니의 얼굴에서 발견한 그런 다정함을 그에게 보여 주었다.



주린이(주식+어린이), 부린 이(부동산+어린이), 요린이(요리+어린이) 등등


요새 흔히 쓰이는 말 중에 ~린이는 '어린이=초보' 즉, '모른다'의미로 주로 사용된다. 어린이는 태어나서, 성장기에 있기에 어른들이 말하는 '지식'이라는 관점에서는 '모른다'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본능이나 어떤 촉, 즉 직감이라는 관점에서는 어른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 어른들의 눈은 예의, 사회생활, 그 사람의 사회적 배경(후광 효과) 등의 틀 안에 갇혀 있다. 반대로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포장지에 가려진 내면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후광효과 : 어떤 대상을 평가할 때에, 그 대상의 어느 한 측면의 특질이 다른 특질들에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일. 인물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의 외모에서 인상을 받았을 경우 그 사람의 지능이나 성격 등도 좋게 평가하는 일 따위이다.

- 표준국어대사전 -


직접 육아의 경험은 없지만 7살 조카와 대화를 하다 보면 깜짝깜짝 놀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는 직감적으로 많은 것을 보고 느낀다. 어른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낌적으로, 순간적으로 파악하곤 한다.


조카에게 사람들과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줬더니, 조카는 대뜸 "이모~얘랑 놀지마."라고 특정 1명을 가리켰다. 놀라서 "왜 얘랑 놀면 안 돼?"라고 묻는 나에게 말해줬다.


" 응~못되게 생겼어."


그런 대화를 하고 몇 년이 지나서, 안 것은 '놀지마~로 지목된 그 1인'은 보이는 것, 말한 것과는 정반대인 사람이었다. 어른들은 이런저런 요소에 생각이 오염될 때가 많다. 경험이나 배경이나 그 어떤 것이 작용하여, 왜곡으로 흐를 때가 있다.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많은 이유 중에 하나는 어린아이가 먼저 보는 그 안에 본모습 즉, 본질이라고 하는 진정한 의미를 보기 위해서이다. 어렸을 때 갖고 있던 그 맑은 눈이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많아질수록, 선입관이 강해질수록 흐려짐을 느껴서이다.


그래서 나는 '~린이'라는 유행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는 똑똑하고, 어른들의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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