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로저스, '돈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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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월스트리트의 모든 투자은행은 리먼 브라더스 다음으로 무너질 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 자금을 쏟아부은 시티그룹이었다. 나 또한 시티그룹이 이 위기 때문에 사라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시티그룹은 엄청난 손실을 내고도 미국 정부에 거액의 공적 자금을 지원받고 부실채권을 떠넘겼다. 페니메이 역시 파산 절차를 밟으리라 생각했지만 살아남았다.
나는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하기 직전 해인 2007년, 조만간 위기가 닥치리라 생각하고 시티그룹과 패니메이 주식을 공매도했다. 그러고 나서 미국에서 싱가포르로 이주했는데, 당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한 저널리스트가 이런 질문을 했다.
"시티그룹과 패니메이 주식을 공매도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당시 싱가포르 정부는 두 기업의 주식을 잔뜩 사들였다. 기자가 내게 질문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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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일어나면서 모든 것이 붕괴되었다. 그럼에도 싱가포르 미디어는 '짐 로저스는 역시 옳았다. 우리는 틀렸다.'라는 기사를 쓰지 않았다. 누구도 내가 한 말을 믿지 않았던 것이다.
보통은 다른 사람과 다른 발상, 특이한 아이디어를 믿는 사람이 별로 없다. 상식에 반하는 아이디어를 활용해 문제 상황을 알려도 사람들은 좀처럼 믿지 않는다. 텔레비전에서든 인터넷에서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뉴스가 아니면 믿지 않는다. 상식에 사로잡혀 다수가 하는 말을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타인의 의견에 현혹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들에게 남을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간단한 것 같아도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누구나 "하늘이 파랗다"라고 말한다. 하늘이 정말로 파란지 모르지만 누구나 파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만약 여러분이 "하늘은 파랗지 않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미쳤다고 혀를 끌끌 찰 것이다. 그렇다 해도 남이 하는 말에 개의치 마라. 세상의 상식을 의심하라.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진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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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올림픽을 개최하는 국가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누구나 올림픽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모두 알고 있는 대상에 투자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투자에 성공하고 싶다면 아무도 모르는, 혹은 알려지지 않은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가령 정부가 어떤 사업에 거액을 투입하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큰 기회를 가져다줄지 모른다. 하지만 누구나 열을 올리며 사들이는 종목 앞에서는 투자 여부를 신중히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남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좇다가는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금요일 오후에 오랜만에 서점 나들이를 갔다. 작년까지만 해도 서점 한가운데, 눈에 잘 띄는 자리에는 '부동산'관련 책들이 색상별로 '나는 이렇게 돈 벌었다'는 형식의 제목으로 놓여 있었다. 그 자리에 지금은 '주식'책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작년에 주식 호황으로 나처럼 주식 계좌 없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들썩이던 한 해였다. 올해 주가 상승세는 작년보다 꺾였지만 주식 관련 책의 인기와 매출은 상승세를 타는 것 같았다.
예전 주식을 열심히 하던 회사 선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OO이 주식을 시작하면, 나한테 꼭 말해줘. 그때가 끝물이니까~ㅋㅋ
정말 올해가 끝물일 수도 있겠다. 내가 몇 개 안 되는 주식을 산 게 지난달이었다. 계좌는 있는데, 뭘 사야 할지 모를 때, 대학원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똑똑한 동기들이 모두 같은 회사였다(적은 표본의 오류...) 마침 주식 가격도 2만 원 대여서, 소액으로 시작하기에 적합했다. 공기업 비슷한 이 회사는 특별히 많이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아서, 적금보다는 조금 나을 것 같았다. 엄청난 기대 수익을 원한다면 적합하지 않지만, 적금 겸, 첫 투자 겸 시작했다.
예전 대학원 수업에서 교수님이 꼭 주식을 사라고 하셨던 말씀을 4년 만에 실행했다. 주식을 사고 나야, 경제 기사도 더 눈에 들어온다는 말씀처럼, 같은 신문 기사를 읽고도 느껴지는 마음이 사뭇 달라졌다. 모든 일은 내 일이 되어야, 눈이 가고 그리고 마음이 간다.
하지만 기사를 다 믿을 순 없었다. 특히 부동산 기사를 가끔씩 읽다 보면, 특정한 논조와 시각으로 몰아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모두와 똑같은 시선이 아닌 나만의 생각과 시선,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분야 별로 많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행동'은 내가 갖고 있는 '지식과 정보 자산'이 있을 때 시도해 볼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아무것도 모를 때는 나보다 조금 더 안다고 느껴지는 사람에게 너무 쉽게 믿고, 의지하게 된다. 실수와 실패는 알고 보면 그렇게 무지의 단계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알고 보면 현명한 생각과 판단은 지식과 정보, 경험 등등의 무형의 것들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그리고 모든 선택의 대가는 나에게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