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과 책
진정한 탐험은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 곳을 찾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여행하는 것이다.
- 마르셀 프로스트 -
4년 전 가을, 책 모임 시작 직전까지 나는 책을 손에 놓지 못했다. 그 이유는 모임장인 내가 책을 다 못 읽었다는 웃픈 현실. 나에게 책 모임이란 언제나 떨리고, 긴장되고, 조별 과제 같은 그런 의무감, 부담감이 있었다. '이런 내가 왜 책모임을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던 속마음...
이 모임은 술자리에 계셨던 교수님 조언 한 마디에 만들어졌다(?). 정년퇴직을 앞둔 교수님은 '책모임'을 한 번 만들어 보면 좋을 거라고 지나가듯 하셨던 말씀이 시작이 되었다. 나와 친한 사람이 아닌 수업 앞자리에 앉은 우등생(?)을 중심으로 3~4명 급하게 모였다. 책보다는 친목이었고,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정말 소규모로 시작한 비밀 다단계 감성의 책모임. 비밀일 것도 없지만 그만큼 큰 고민이나 깊은 생각 없이 모임이 결성되었다.
그때 나는 책을 읽어서 모임에 간 것이 아니라 모임을 하기 위해 책을 읽었다.
모임은 2달에 한 번, 책 내용을 간략히 언급하고, 저녁을 먹는 자리였다. 서서히 1~2명씩 멤버가 늘어나서, 4년 차가 된 지금은 20명가량의 모임이 되었다. 물론 참석자는 5~6명, 고정 멤버가 주로 활동하지만 4년이라는 기간까지 이어질 줄 몰랐다는 나라는 사람.

책을 좋아했었던 나였지만 25세, 취업과 동시에 특정 분야를 제외하고는 책과 담쌓고 지냈다. 유일하게 읽은 책은 회사 생활이 힘들 때마다 읽던 영혼의 진통제, '자기 계발서'였다.
책모임을 한다는 건 그렇게 없던 습관을 만드는 것이라 더 어색했었나 보다. 오래전에 즐겨했었던 독서가 낯설다니? 책에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책은 왜 이리 두껍지? 이번 책은 재미가 없는데 등등 ㅠㅠ 이렇게 책과 나는 헤어진 시간만큼 다시 시작하는 게 어려웠다.
책 모임 2년 차, 책을 읽는 횟수가 2달에 1권에서, 한 달에 1권, 그리고 조금 더 읽게 되었다. 벽돌 쌓기처럼 조금씩 올라가는 길.
책 모임 3년 차, 브런치에 읽은 책에 대한 내 마음을 적게 되었다. 사실은 쓰기 위해 읽었다! 글쓰기 소재의 부족으로 책을 읽었다. 그렇게 구독 경제 시대에 첫 번째 시작은 책이었다.
책 모임 4년 차, 이번엔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클래스에 등록했다. 유튜브 무료 강의만 듣다가 유료 클래스에 결제를 했다. 결제 직전까지 고민했고, 결제 후에는 새로움에 조금 설렌다.
그때는 몰랐다. 그렇게 내가 점을 그리고 있었다는 것을. 우연히 시작한 책 모임이 하나의 점이 되었고, 새로운 점들을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점과 점을 이어 선을 그을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오지 않을까? 의도하지 않았던 일들이 시냇물이 강가로 나아가듯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고 투덜거렸던 나. 행동했던 그 동작만이 나를 다른 길로 걷게 해 주었다.
경험은 생각의 산물이며 생각은 행동의 산물이다.
- 벤저민 디즈레일리 -
* 오늘의 책 모임을 만들도록 옆에서 도와주신 교수님께 감사합니다. 이 모임을 만든 진정한 연출자와 제작자는 교수님이세요. 4년간 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스승의 날, '감사'라는 단어에 다 담을 수 없는 마음을 담아서, 스케치북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