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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함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

정주영, '하버트 상위 1퍼센트의 비밀'

by 그럼에도
법칙 3.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 조던 피터슨, '12가지 인생의 법칙' 中 -

Georgia O'Keeffe, 'In the Patio'


p. 286

저는 교과서 봐도 안 돼요. 안 할 거예요.


아이의 말이 끝나자 나는 조용히 베이스를 다시 가져와 잠깐 연주했다. 그리고 건반을 연결해서 아이가 감탄할 정도로 연주를 하다가 음악평론가가 나의 삶에 다가왔듯이 아이를 조용히 바라봤다. 나는 영어 교과서를 잠시 버리고 영어 팝송을 틀었다. 그렇게 며칠 지났을 때 내가 발견한 것은 그 아이가 의외로 영어를 잘한다는 사실이었다. 암기력도 좋았고, 심지어 랩을 영어로 외워서 곧잘 따라 불렀다. 방금 자신이 부른 게 상위권 수준의 문장이라는 것을 알까?


너는 정말 암기력이 특별하구나!


그리고 그때 나는 학교에서 문제아라고 불렸던 바로 그 아이의 눈에서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좋은 신호를 받았을 때, 자신이 특별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앞자리에 앉아 있던 학생들이 보여줬던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의 순간은 얼마나 놀라웠는지 설명할 수가 없을 정도다. 아이는 팝송에서 작은 영어책을 외우는 것까지 암기력이 발전했다. 나는 아이에게 계속 특별하다는 손가락 신호를 보냈고 30점을 받던 학생이 80점을 받는 기적이 일어났다. 50점이 오른 것이다.


중략


선생님 합격했어요. 감히 내가 상상할 수도 없었던 최고 대학에 그 아이는 들어갈 수 있었다.


올해 다시 시작한 피아노, 그리고 올해 만난 선생님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작년엔 레슨을 반년 이상을 쉬고, 다시 도전!)


분명 나의 짧디 짧은 배움의 역사 + 체르니와 같은 기본 과정(?)을 이수하지 않았음 + 그저 흥미에 충실한 나에게 지나친 기대감을 갖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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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을 하고, 2번의 레슨 후 새로운 악보를 보여주셨다.


'헉, 이건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데.' 악보에 음표도 새롭고, 검은건반을 많이 눌러야 하는 조성까지.... 이건 완벽하게 내가 소화할 수 없는 곡이었다.


차마, 거절하지 못하는 내게 선생님은 한 손씩, 한 음씩 레슨을 시작하셨다.


낭만파 음악과 OO님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낭만파 음악가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나에게 재능이 있다니?


선생님의 코멘트 후, 이상한 마음이 생겼다. 갑자기 '엄청난 재능을 이제야(?) 발견한 느낌'이랄까? 손목에 힘 조절을 못하는 건 여전함에도 오늘따라 특별히 내가 잘 치는 것 같은 이 느낌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나의 첫 번째 피아노 선생님도 잘 가르쳐 주셨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너무도 많이 틀리던 날, 본인도 모르게 이렇게 말하셨었다.

이래서 어른은 안돼(어린아이 같은 느낌이 음에서 느껴지지 않는다고...)


예전 선생님은 의욕은 넘치지만 도저히 안 되는 늦은 어른으로 여겼고, 비교적 쉬운 악보를 권했다.


VS


지금 선생님은 재능이 있다며, 나의 수준보다 두 단계는 위로 보이는 악보를 추천하셨다.


처음 들어본 '베네치아의 뱃노래'라는 곡을 배웠고, 연주하게 되었다. 현재 수준에서는 말도 안 되는 곡을 자신 있게 만드셨고, 자꾸 내가 재능이 있다는 느낌적 느낌과 과한 자신감을 갖게 해 주셨다. 나의 이 근자감, 근거 없는 자신감의 시작이었다.


예전에 읽었던 조던 피터슨의 '12가지 법칙' 중 3번째 법칙이 떠올랐다. 나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을 만나라. 나도 모르게 그런 기대감에 걸맞게 행동하고 있으니.


인생은 유튜브 알고리즘 같아서, 하나의 시작이 다른 하나를 불러 모은다. 이유는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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