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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체인저

토드 로즈, 오기오 가스, '다크호스'

by 그럼에도

p.12

'다크호스'는 1831년 소설 [젊은 공작]의 출간 이후부터 보편화된 말이다. 영국에서 출간된 이 소설에는 주인공이 경마에 돈을 걸었다가 '전혀 예상도 못했던 말이' 우승하는 바람에 돈을 잃는 대목이 나온다. 이 소설 문구가 빠르게 유행을 타면서, 이후로 '다크호스'는 표준적 개념에 따른 승자와는 거리가 있어서 주목을 받지 못했던 뜻밖의 승자를 지칭하게 됐다.


+ 중략


p. 48

19세기에는 기회다운 기회가 적당한 가문, 적당한 인종, 적당한 종교, 적당한 성별, 적당한 예금 등을 갖춘 특권층에게만 한정되어 있었다. 그에 반해 표준화 계약은 진정한 능력 위주의 사회를 수립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모던 타임즈'

표준화 계약하에서는 누구나 다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 열심히 노력해 재능을 증명하긴 해야 했지만 비로소 처음으로 누구나 기회의 사다리에 접근할 수 있었다. 이런 표면상의 약속이 현재까지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표준화된 기관들의 판단 기준에 맞춰 뛰어난 우수성을 증명하면 누구든지 사회 최상의 기회에 접근하게 될 것으로 여긴다.


+ 중략


같은 수업을 듣되 더 좋은 성적을 내고, 같은 시험을 치르되 더 좋은 점수를 받고, 같은 졸업장 취득에 힘쓰되 더 좋은 대학에 다녀야 한다. 표준화 계약에서 성공하기 위해 따라야 할 주된 계명은 한마디로 다음과 같다.


남들 모두와 똑같되 더 뛰어나라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는 세 가지 조건 -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이 3요소가 기본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우월감을, 누군가에게는 좌절감을 남겨주는 문장이었다. 넘사벽.


이 책은 표준화된 교육과 학군에 올인한 사람들이 싫어합니다.


다크호스의 도입부만 읽고도 할 말이 생기는 매력의 이유는 뭘까? 기존의 틀을 벗어난 사람들, 각각의 개별성 때문에 기존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오는 특별한 능력의 사람들은 좋은 학벌과 과정을 밟은 사람이 아니다. 김연아처럼 어린 나이부터 재능을 찾고 시작하지도 않았고, 부모님의 노력과 지원도 없었다. 성공할 줄 몰랐지만 이것저것 부딪혀가며, 재능을 찾았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열성 교육의 엄마들이 싫어할 이야기. 그동안 사교육에 들인 '노력, 시간, 돈'의 가치가 보상받지 못하는 이야기이다.


세상에 가진 게 많은 사람만큼 기존의 틀을 지키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상의 규칙이 바뀌면, 내가 가진 것을 잃을 확률이 높아진다. 기존의 틀을 더 공고히 지키고 싶은 이유가 그 때문이 아닐까? 흔히 말하는 게임 체인저가 나타나면 기존의 힘 있는 사람들의 입지가 줄어든다.

몇 년 전부터 MZ세대의 개별성이 화두가 되었고, '90년생이 온다'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너도 나도 MZ세대와 친해지겠다고 노력하는 임원들의 모습이 저녁 뉴스에 나오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존의 틀을 깨는 그런 시도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약간의 '이해'라는 노력을 해보겠다는 말이다.


개별성을 기존 세대가 싫어하는 이유를 굳이 생각해보자면, 예측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함을 감당할 수 없기에. 명령대로,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시스템과 사람에 우리는 맞춰져 있었다.


다크호스로 불리는 이들의 커리어가 정규 과정을 벗어났다고 할지라도, 그들의 아이디어와 노력에 박수를 칠 수 있는 사람으로 내가 살아가기를. 더하여 정규 코스와는 다르게 살아가는 내가 '다크호스'처럼 어딘가로 향해 가고 있기를 바라면서 읽는 책, 다크호스.


사실, 우리들 대다수는 자신이 어디로 향해 가는지 그곳에 도착해서야 깨닫는다.

- 빌 워터슨, '캘빈과 홉스' 만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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