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미운 오리 새끼
[ 미운 오리 새끼 줄거리 ]
얘는 너무 커!
오리 가족에게서도, 농장에서도 미운 오리 새끼에 대한 구박은 날로 심해졌다. 그 이유는 남과 다른 외모였다. 누구와도 닮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박 덩어리가 되었다. 결국 집을 나오고, 온갖 고생 끝에 물가에 선 미운 오리는 "나를 죽여주세요!" 하고 말하며 물 위로 목을 쭉 뻗고는 죽기를 기다렸다. 그때 물속에 비친 나는 오리가 아닌 새하얀 백조였다!
외향적인 내가 되면 백조가 될 수 있을까?
입사 후, 교육이 끝나고, 처음 발령받은 팀에 동기 봉봉이와 나, 2명이 들어왔다. 동기 봉봉이는 최고의 스펙과 입사 성적 1등, 거기다 지금의 팀장님이 직접 뽑은 인재였다. 그 옆에 나는 팀의 공석과 이런저런 일들로 다른 팀에서 급하게 보내진(?) 알 수 없는 신입이었다.
이렇게 어린 백조 봉봉 vs 미운 오리 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봉봉이는 잘 웃고, 목소리도 크고, 과하게 외향적이었다. 무엇보다도 회식 자리에 강한(?) 인재였다. 술도 잘 마시고, 아무리 늦은 시간임에도 빠지지 않는 여장부였다. (그때 그 시절, 회식과 번개를 가장한 또 회식이 많았다 ㅠㅠ)
어쩜 나는 목소리도 작고, 술도 못 마시고, 거기다 화려한 언변은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백조 근처에라도 있고 싶었다. 봉봉이가 있는 곳에 나도 있었다. 물론 신입에게는 거절이 통하지도 않았지만 나도 외향적인 봉봉이를 닮고자 노력에 노력을 더했다.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마시겠다고 화장실과 친구 하면서 끝까지 앉아있고, 선배들의 심부름과 부탁에 거절 한 번을 하지 못했다. 동기였지만 봉봉이에게 시키지 않는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다른 신분, 미운 오리 새끼로 살아갔다. 그러다가 반년만에 기존 선배들보다 더 좋은 실적을 올린 신입이 되었고, 예상과는 다르게 눈칫밥이 더해졌다. (마침 바로 위 선배가 다른 이유였지만 사표를 냈다) 이런저런 이유로 몸고생, 마음고생이 심했던 나의 20대 후반은... 시간을 되돌려 준다 해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구간이다.
팀장과 선배들은 왜 백조를 예뻐했을까? 백조는 실적이 좋은 적도 없었고, 궂은일을 하는 그런 착한 모습도 보여준 적이 없었다. 화려한 스펙과 학벌, 현란한 언변, 팀장님의 무한 사랑은 사람들을 미혹시키기 충분했다. 그 신기루는 3년 후 벗겨졌다. '셀프 커밍아웃'
다른 팀에 가고, 원하는 회사의 자리를 얻은 후 봉봉이는 기존 팀원들의 연락을 무시하고, 다르게 대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외향성 가면을 벗어던졌다. 봉봉이는 백조가 아닌 그저 외계인이었다. 사람들의 신뢰 관계 같은 미풍양속은 제외하고도 업무는 회사 규정 위반, 접촉 사고를 가장한 허위 병가 및 딴짓 +...(이건 드라마에 나오는 이야기라 쓸 수 없는) 모든 것이 듣고도,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봉봉이는 원하는 걸 얻었고, 퇴사했다. 목표를 이룬 봉봉이는 진짜 백조가 된 건가?
그리고 그 옆에 외향성을 얻고자 모든 자리에 프로 참석러와 회사 동호회까지 무한 도전을 한 나는 그저 우울한 '오리'가 되었다. 시간이 지난다고 갑자기 날개가 더 커지고, '백조'로 깜짝 변신하는 '로또 대박'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타고난 내향성을 버리고, 내가 갖지 못한 외향성을 갖고자 갈고닦았던 노력은 결국 빛을 발하지 못했다. 외향성 가면의 부작용으로 불면과 우울감, 무기력에 주기적으로 빠져드는 오리가 남았을 뿐이다.
오리로 산다는 게 잘못된 걸까? 백조로 살아야만 의미 있는 인생일까?
외향성의 가면을 던지기로 한 건 오래되지 않았다. 난 나대로 살기로 했다. 오리로 태어난 운명은 어쩔 수 없지만 그냥 다채로운 일상의 오리로, 나의 배경화면을 바꾸기로 했다. 더 예쁜 환경, 더 맛있는 먹이를 찾기 위해 쉬지 않고 수영하고, 이왕이면 수영도 더 빨리하면 좋지 않을까?
그렇게 안 하던 운동을 하고, 악기를 배우고, 자격증, 학위 과정을 시작했다. 나를 위한 한 끼라는 이름으로 요리에도 신경을 쓰고, 어떻게 하면 나를 잘 키울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지금 나는 '나를 키우는 중'
생동감 있는 오리로서 내가 나를 괜찮게 생각한다면 그만이다. 남들이 '미운 오리'라고 손가락질을 해도 그만! 그냥 내가 잘 살아간다면 그만 아닌가?
오늘도 오리는 바쁜 주말을 보내고 있다. 들어야 할 인강들이 밀렸고, 어제 오랜만에 한 스트레칭으로 다리 근육이 좀 놀랐고, 냉장고에는 1주일치 양식이 가득하다. 오리는 갈 길이 멀고, 오늘도 해야 할 일이 널렸다. 미운 오리 새끼에서 열정 오리로 변신!
오리가 백조로 유전자를 변형할 수는 없지만 오리의 배경 화면은 바꿀 수 있었다.
진정한 탐험은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 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여행하는 것이다.
- 마르셀 프로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