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에

글배우, '모든 날에 모든 순간에 위로를 보낸다'

by 그럼에도

* 지금 30살인 너에게 *

유한한 고난은 받아들이되,

무한한 희망은 잃지 말아야 한다.

- 마틴 루터 킹 -


* 그때 30살을 후회하는 지금의 나에게 *

[ 나를 용서해 주자 ]

글배우


그때는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몰랐던

그때는 무엇이 좋은 선택인지 몰랐던


지금과 똑같이 인생을 잘 살아 내고 싶었던

단지 지금은 알고 그때는 몰랐던

나를 그만 용서해 주자.



[ 30살의 사회적 무지를 경험했던 나와 현재 경험하고 있는 동생의 대화]


왜 '서른 살에 OOO'으로 시작하는 책이 서점에 많을까? 세어보지 않았지만 나이로 마케팅하는 책 중에 30살에 관련된 책이 가장 많이 팔리지 않았을까?


세상의 기대치와 지금 내 모습의 차이가 가장 큰 나이, 서른 살!


라테가 말이야~시절 나는 29살이 되면서 아무 이유 없이 우울해졌고, 30살에는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30대가 되는 게 무섭고, 싫었다. 서점에 가서 나보다는 먼저 30살을 경험한 작가들의 '30살에 OO해라'같은 책들을 한 아름 사다가 읽었다. 물론 독서의 양과 나의 30살의 행동은 반비례했다. 책에는 너무 정상적인 환경과 사람만을 기준으로 한다. 대다수의 책들은 돌발 상황이나 사람마다의 개별성을 쏙 빼고, '너 이제 세상을 좀 알지?'로 시작하거나 '이제 OO도 하고, OO도 하고, 갑자기 어른이 돼라'라고 했다.

사회생활 5년이 되었지만 난 어른이 아니었다. 또래보다도 이해타산에 느렸고, 영리한 상황 판단을 하는 동기들에 밀리거나, 꼰대 선배들의 한 마디에 마음에 피멍이 들기 일쑤였다. 왜소증을 앓고 있는 사람처럼 남들은 키가 쑥쑥 자라는데, 나 혼자 몇 년째 같은 키로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이런 슬픔도 유전인 걸까? 오랜만에 통화한 지금 30살의 동생도 '어리숙한 30살 터널'에 들어서 있었다. 동생은 고민을 말했다. "난 글은 잘(?) 쓰는데, 거기에 비해 말을 잘 못 해. 윗사람이 뭐라 하면 당황해서 말을 못 하거나, 긴장하거나 등등..."


나의 대답은 쿨했다. "넌 말을 잘하고, 글을 못써. 내가 너 입사지원서 쓰는 거 보고 놀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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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차갑고, 딱딱한 현실 언니, 나!


네가 말을 못 하는 게 아니야. 지금 나이에 당연한 거야! 일한 지 5년이 지났고, 업무 적응은 된 시간이지만, 사회생활의 적응은 '무지에서 인지'의 단계로 넘어가는 중이야. 물론 네 또래 중에 사회생활 경험이 아주 풍부하거나, 집안에서부터 많이 보고 자랐거나 아님 민첩성을 타고난 특수한 사람들 빼고!


너를 혼내는 윗사람은 10살이나 많고, 너를 어떻게 하면 더 마음 아프게 할지, 당황스럽게 할지를 너무 잘 아는 단계와 나이라서 말을 잘할 뿐이야. 너를 혼내는 것도 쉽고, 다루는 건 더 쉬운 나이와 경험을 가진 단계.


그 선배란 사람은 동생이 업무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바로 '넌 업계를 떠나라'라는 말을, 동생이 다니는 야간대학원에 대해서도 '내가 해봐서 아는데 거기 되게 힘들어. 나도 하다가 나왔잖아. 넌 못해'라는 말을 수시로 했다. 동생은 안 그래도 대학원 과정이 힘든데, 벌써부터 포기할 생각까지 갖고 있었다. 이래서 가까운 사람들의 말 한마디, 한 마디는 파괴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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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업계에서 일하는 내가 보기에 그 잘못은 사소했고, OO 업무 지침 중 2개의 가이드라인을 모르고, 하나만 아는 선배는 모순되지만 둘 다 알고 말한 동생에게 "그 머리로 어떻게 대학교를 졸업했니? 넌 업계를 떠나라"라는 말을 함부로 던졌다. 제삼자인 내가 보기에는 저렇게 업무 지침을 모르는 선배도 오래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고, 곧 더 좋은 자리로 이직한다는 걸로 봐서는 동생은 더 잘되겠구나'라는 그런 '정신승리'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지속적으로 저렇게 못되게 굴면, 상황을 인식하기 편할 텐데, 맘껏 미워할 텐데. 그 선배는 내가 보기엔 영악했다. 어떤 날은 주식 정보를 흘리거나, 어떤 날은 따뜻한 옆집 언니처럼 챙겨주는 알 수 없는 사람. 마음을 열고, 닫기를 수시로 하게 하는 이건 '가스 라이팅'이다.


얼마 전 연예인 카톡으로 널리 알려진 용어, '가스 라이팅'. 나는 이 단어를 많은 사람들이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인 사이가 아니어도, 회사에서도, 친구 사이에도 가스 라이팅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나의 30살, 회사 선배들도 위와 비슷한 말들을 했다. '넌 사회생활과 맞지 않아. 사표 내고, 다른 일 해'라며 날 걱정하는 척, 따뜻한 목소리로 그런 말을 수시로 던졌었다. 본인들은 일도 안 하면서...


가까이에 있는 사람의 현실을 왜곡하고, 조종하려는 심리가 가스 라이팅이다. 늘 화를 내거나, 늘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닌 저렇게 한 번은 친절했다가, 한 번은 과도하게 화를 내거나 '삼한사온'같은 종잡을 수 없는 날씨다. 옆에 있는 사람을 늘 불안하게 만들고, 수시로 조종하려 든다.


우린 '서른 살'에 환상을 갖고 있다. 20대의 열정과 어리숙함에서 30대가 되는 순간, 갑자기 성숙함을 기대한다. 30살이 뭐 '자동완성'기능이 되는 시기인가? 어른 인증 시험도 아닌데, 세상은 갑자기 다르게 대한다. 29살과 30살이 왜? 어떻게 사람이 한 번에 변하지? 여전히 혼란스럽고, 여전히 어리숙하고, 여전히 헤매고 있는데.


1960년대 한국 사람의 평균 수명 53.7세. 그때 30살은 인생의 반도 더 살았던 나이지만, 지금의 30살은 늘어난 수명만큼 더 어려진 나이가 아닐까?


세상이 바라는 건 많고, 나는 아직 헤매는 처음 살아보는 나이다. 현실에서 헤매는 네가 이상한 게 아니고, 그러니 당연한 거야. 그리고 그런 점을 악용한 40살 그 선배가 못된 거야. 전문용어로 개소리라고 하지. 그리고 살다 보면 저런 사람을 자주 만나. 살면서 우리가 꼭 배우고 가져야 할 건 현실 감각, 현실 인식. 한 발 뒤에서 감정 빼고 볼 수 있는 시야. 우리가 저런 헛소리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분별력이 필요해. 자존감에 더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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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너는 지금의 시기를 잘 가고 있다. 못하는 게 아니라 당연히 몰랐던 거고, 그때의 나는 아무에게도 말 못 하는 혼자였지만, 너는 이런 말을 해주는 언니가 있다. (물론 덤으로 잔소리가 서비스)


그러니 30살은 어른이 되는 자동 완성 기능을 갖는 나이가 아니라,
인생의 거름종이, 필터를 만드는 과정을 배워가야 할 시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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