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코로나 시대 소통의 특징은 무엇일까?
역설적이게도 말하기와 글쓰기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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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나 대화하면 공간의 분위기나 비언어적 표현이 말의 맥락을 만들어준다. 시시콜콜 얘기하지 않아도 알아듣는다.
대면 강의에서도 그런 도움을 받는다. 말 이외에도 통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다. 하지만 요즘같이 비대면 강의를 하면 몇 배는 더 힘이 든다. 오로지 말만으로 내용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말을 더 잘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글쓰기의 중요성도 커졌다. 구두 보고가 서면 보고로 대체되고 있다. 한두 마디로 가볍게 얘기하면 될 일을 열 줄의 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써야 한다. 글 쓸 일이 더 많아진 것이다.
코로나가 찾아오고 늘 자신 없어하던 글쓰기와 말하기를 연습하는 순간이 시작되었다. 작년 여름부터 브런치를 시작으로 글쓰기를 연습한다면, 최근에는 말하기에 관심이 생겼고, 유료 스피치 강의를 듣고 있다.
나의 말에 힘을 주고 싶었다.
나에게 글쓰기보다 더 어려운 건 사실 말하기다. 글보다 훨씬 자주 사용하는 게 말이라지만, 말은 나에게는 늘 뭔가 아쉬운 존재였다. 주변에 부드러운 언어로 타인을 웃게 하는 위트 있는 사람을 좋아하고, 부러워했다. 어떻게 하면 내가 하는 말이 오래 기억에 남고,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우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목소리가 갖고 싶었다.
7년 전쯤, 드라마 '기황후'를 보다가 한 단역배우의 목소리에 푹 빠져버렸다. 분명 작은 비중을 차지함에도 저음의 깊은 목소리가 좋아서, 주인공이 나오는 순간보다 '탈탈장군'이 나오는 순간을 기다렸다. 장면에 몰입하게 만드는 탈탈장군역의 진이한의 목소리가 좋았다. 드라마가 끝나도 배우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크지 않은 목소리에도 사람을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20살부터 줄곧 주변에 경상도에선 온 친구나 선배들이 많았다. 경상도 사투리가 친숙했고, 가끔 따라 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다. 말에 경상도 사투리와 표준어 중간쯤 알 수 없는 억양이 생겼다. 처음 보는 사람이 가끔 경상도 출신으로 오해하는 일이 생겼고, 단어도 빠르게 발음하면서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었다.
이런 문제와 팬심에서 시작된 드라마의 영향으로 10회 과정의 발성 수업을 듣게 되었다. '아에이오우'를 크게 발음하고, 뉴스 대본으로 띄어쓰기를 지켜가며, 발음했다. 그렇게 어렵게 찾은 나의 표준 발음은 과외가 끝나고,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그래도 기존보다 입모양을 신경 쓰며 발음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특히, 기억에 오래 남는 건 'ㅎ'발음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ㅎ' 발음을, '한국은행'을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한다고 하셨고, 특히 내 발음은 별로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코로나 시대가 찾아오고, 비대면 회의와 만남이 많아졌다. 기존에 가졌던 관심은 팬심에서 시작한 소소한 변화였다면, 이제는 거대한 변화가 필요한 시간이 되었다.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말하기와 글쓰기!

'도레미'에서 시작된 나의 피아노 배움을 시작한 지, 어언 2년이 된 지금은 모차르트 소나타의 op.5를 연주하고 있다. 소나티네와 소나타 곡을 배워보니, 기본 구조는 아래와 같다. 그런데 스피치를 배우다 보니, 좋은 말이나 글도 소타나 악보와 기본 구조가 같았다.
A - B - A'(일반적인 피아노 소나타 악보 형식)
A로 시작해서, 음을 조금 변경했지만 다시 A'의 형태로 돌아오는 구조로 소타나가 끝난다. 말하기도 이렇게 흘러간다. 하고 싶은 말 A를 가볍게 던지고, B라는 에피소드를 들려주고, 다시 A'의 맺음말로 정리한다. 초보 운전 같은 실력이지만 머리에 작은 설계도를 생각하며 말하려고 한다.
'코시국(코로나 시국의 줄임말)'이라는 팬데믹 시기는 한 번에 많은 걸 바꾸고, 많은 걸 필요하게 만든다. 30년 후에 내가 나를 바라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그때 나는 그렇게 버텨오고, 또 팬데믹 시기에 새로운 파도를 타고 있었지라고 회상할까?
예전 노래지만, 최근에야 알게 된 '30년'이라는 노래의 가사는 30년 후의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지금의 나를 바라보는 풍경이 나온다. 요새 알 수 없는 이유로 침울해졌고, 글쓰기도, 책과도 거리감이 생겼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자신감이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https://www.youtube.com/watch?v=heEqv_P5ksw
월요일 교육에 대비해서, 주말 내내 '5분 스피치'를 연습하다가 7년 전, 토즈에서 발성 과외 장면이 생각이 나고, 웃음이 났다. 7년 후에 바라보니, 그때 나는 은근히 귀여움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도 충분히 괜찮았는데, 난 그때 나를 왜 그렇게 함부로 대했을까? 그때도 늦지 않았는데, 이미 너무 늦었다며 많은 걸 포기하며 살고 있었다. 유일하게 도전해본 게 있다면 '발성 과외'를 받은 기억이 전부였다. 드라마 팬심에서 시작한 호기심으로.
7년이 지난 2021년의 나는 예전에 무언가를 해본 게 기억이 남고,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하고 싶은 데 참았거나, 포기한 게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나를 많이 미워했던 예전의 나를 생각하면 마음이 찌릿해온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 나를 만난다면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늦지 않았다고, 그만 포기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 놓고 싶은 지금 나는 다시 7년 후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요새 나도 모르게 이 노래에 자꾸 손이 가고, 마음이 간다. 마음의 알고리즘이 가리킨다. 더 마음 아프지 않도록, 더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의 나를 온전히 살아가고, 잘해주라고.
https://blog.daum.net/owl10owl/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