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엘라 파울로, '아크라 문서'
p.116
그대가 슬픔에 잠겨 있을 때에만 곁으로 다가와 위로하는 사람들을 멀리하라. 그들은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을 것이다. '난 너보다 더 강하고 현명해. 나 같으면 너처럼 행동하지 않았어.'
그대가 행복할 때 곁에 머무르는 사람들을 가까이하라. 그들은 친구를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그저 친구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기뻐한다.
노래하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
눈빛이 행복을 반짝이는 사람들을 가까이하라.
우린 슬픔을 함께한 친구라며, A는 말했다. 내가 힘들거나 슬플 때는 A를 찾았다. 늘 A가 고마웠고, 평생을 함께할 친구라고 생각했다. 가끔은 A에게 깜짝 이벤트처럼 선물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A는 나의 생각만큼 좋아하지 않았다. 어딘지모를 씁쓸함이 보였다. A가 너무나 좋아하던 초밥을 야근 선물로 전달할 때 마저도.
시간이 지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심리 관련 책이나 영상도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마음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언제 행복해할까?
보통은 2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내가 좋을 때가 좋은 '자기 행복형'의 사람이다. 일상의 소소함, 평범함에 만족하거나 본인의 노력과 성과에 즐거워하거나 오롯이 본인이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 있다. 그들의 평가 기준은 온전히 '나'이다. 그러니 타인의 행복에 부러워할 수는 있지만 배 아파하지는 않는다. 타인의 행복하다고 내가 불행해지지 않는다.
다른 유형은 타인보다 내가 낫다고 생각할 때 행복을 느끼는 '비교 행복형' 유형이다. 열등감, 우월감이라는 두 가지 감정이 그들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유형은 사촌이든, 옆집이든, 동료든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요소가 생기면 즉시 불행을 느낀다. 주변이 나보다 불행해야 내가 행복할 텐데, 너까지 행복해지면 안 돼'라는 마음이 깊게 배어 있다.
업무 관계로 알게 된 한 지인 있다. OO님이 곧 구조조정으로 감원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걱정하는 말을 건넸지만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본인이 일이 잘돼서 돈을 많이 벌었다고 자랑할 때도 저렇게 환하게 웃지 않았다. 몇 년간 대화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누군가의 약점이나 슬픔을 말할 때, 말은 걱정하는 듯 이야기하지만 표정에는 행복감이 배어 있었다. 주변이 힘들어질수록 상대적으로 본인이 더 안정적이고 더 여유로운 조건으로, 즉 우월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소개팅을 했다. 소개팅남은 흔히 말하는 스펙이 좋으신 분이었다. 한 친구가 전화로 소개팅남의 직업을 묻더니 본인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네가 왜? 네가 왜 그런 사람을 만나?'라며 몇 번을 되네였다. 내가 그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소개팅을 했다는 것만으로 분노하다니... 그 친구는 A였다. 슬픔을 나누는 친구가 아니라 나의 슬픔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 기회는 그 전에도 있었다. 다만 ‘우정'이라는 포장지에 가려져서 보지 못했을 뿐이다.
한 번은 스피커폰을 켜고 통화를 했다. 그때 나는 힘든 감정으로 눈물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데, 나직이 A특유의 콧소리가 들렸다. 아이폰 스피커의 성능은 작은 소리까지 정확하게 전달하였으며, 나 역시 그 친구 특유의 웃음소리를 알고 있기에 진실이 드러났다. 본인은 잘 모르겠지만 A는 '피식'하고 웃을 때, 나지막한 콧소리가 난다. 내가 울고 있을 때, A는 웃고 있었다. 눈물이 한순간에 말라버렸다. 곧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지금은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 사이가 되었다. 이해할 수 없던 그 순간을 이해하고 깨닫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돌아보니 내 주변에는 '비교 행복형'이 특히 많았다. 그것도 가까운 사람들 중에. 이제야 엉킨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가까이하는 나만의 기준이 생겼다. 스스로 행복한 사람. 본인이 빛나고, 본인의 일상을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 스펙이니 인맥이라는 단어와 믿음을 던져버렸다. 수많은 조건과 스펙을 가진 사람들 안에서도 '비교 행복형'은 많았다. 나와 비교선 상에 설 수도 없는 엄청난 조건을 가진 사람이 내가 가진 작은 하나에도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았다. 타인은 본인보다 언제나 열등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모습이 눈물겨웠다. 본인 자랑이나 본인 주변의 인맥은 그렇게 자랑했었던 사람들이다. 가급적 이런 유형의 사람을 만나지 않기로 했다.
나 역시 기준점을 온전히 '나'로 설정했다. 부러울 수는 있지만 불행하지는 않기로. 작년에 없거나 어제 없던 것을 오늘 가진 날, 나는 나만의 기념식과 인증을 했다. 달력에도 적고, 브런치에도 쓰고, 그리고 가족에게도 알렸다. 1월은 코세라에서 수강한 수업의 인증서를 받았다. 커리어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호기심과 도전의 결과물이다. 스스로 대견했다. 예전의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다. 즐거움은 간단했고, 재밌었다. 평가 기준이 단단해지니, 일상이 가벼워졌다. 오늘은 어제 못했던 것을 더하면서 셀프 만족에 도전해봐야겠다. 토요일 아침은 아무 일 없이도 늘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