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작은 일에도 버럭~목소리가 올라가고, 오래 화가 나 있다. 나는 왜 너의 이야기를 3분도 넘기지 못하고, 아니 1분도 안돼서 화가 버럭 나는 걸까?
그건 너를 보면 예전의 내가 떠올라서. 예전의 나에게 현재의 내가 화내고 있는 것이다.
아빠, 나, 동생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 동일한 외모만큼이나 동일한 실수와 실패를 반복한다. 유전자 DNA안에 특정 나이 때에 특정한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라고 적혀 있는 걸까?
오늘 동생과의 전화 통화에서 1분을 못 견디고 화를 냈다. 화를 내고도 한편으로 미안해하고 있는데, 동생이 사과 전화를 했다. (막내는 착하다) 화나게 해서 미안하다고, 누나가 나 때문에 화가 날만 하다고.
나도 사과했다. 사실은 나한테 내가 화내고 있다고. 과거에 나와 똑같은 실수를 하는 나와 닮은 사람이 있어서 더 화가 나는 거라고. 나도 너 나이에 같은 실수와 실패를 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닌 나와 똑같아서 그 모습이 보기 싫었다고.
내가 나를 미워하는 만큼 동생의 실수에 더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더워서, 동생이 정말 큰 잘못을 했다기보다는... 막내가 지난주 독립을 했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고 작은 원룸을 얻었다. 지난주 실제로 보고 나니, 이 집에 이 가격이 말이 되나 의심스러웠다. 시세를 믿을 수 없었다.
어젯밤 뉴스에서 동생이 얻은 집 근처에 전세사기사건이 발생했다. 동생에게 '전세금 보증 보험'에 가입했는지 확인했더니,,, 여태 안 했다. 집을 얻기 전부터 강조했는데, 천하태평이었다. 지금 하겠다는 웃음 띤 목소리에 버럭~소리를 질렀다.
세상 물정 모르고, 막내라서 해맑은 건가? 평소 착해서 좋았던 동생이 너무 착해서 보기 싫었다. 그런 해맑음도 세상과 부동산을 순수하게 믿는 그 모습도 예전의 나였다. 친구~우정에 목숨 걸고, 의리를 부르짖던 그 아이가 나였다. 그리고 이런 장면을 동생들이 반복하고 있다.
남들은 너무 영악해서 문제라는데, Z세대에 관련한 글에는 이런 특성이 없었는데... DNA의 힘일까?
나처럼 세상 물정 모르고, 남들에게 이용당하고, 스스로 무력감에 빠져들까 봐 걱정이 된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화가 가득하고, 더 아프고 잔인하게 비수를 꽂는다. 마치 미리 균주를 몸에 넣는 백신처럼.
그런데 그 백신이 효과가 있지는 않았다. 따끔해하면서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고통이랄까. 그러면서 남매간에 사이만 멀어지는. 그렇게 잔소리하는 나는 꽤 잘 살지도 못하기에, 나 역시 화낼 자격 없음은 마찬가지다.
상처와 흉터가 반복된 일상이었고, 그런 일들을 잔소리와 도움의 형식으로 동생들에게 날리고 있다. 아마 결혼을 했다면 남편과 아이들에게 했을지도 모를 그런 말들을.
내가 가진 단점과 약점은 잘 보이지 않는데, 다른 사람의 행동에서는 유난히 잘 보이고 눈에 거슬린다. 내가 못하는 객관화를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보인다고 할까.
얼마 전 만났던 소개팅남의 대화가 떠오른다. 현실에 갖고 있는 본인의 문제를 배우자가 해결해줄 거라는 모종의 믿음... 옆에 있는 사람이 브레이크를 걸어줄 거라는 희망과 믿음에... 웃었다. 비웃음이 아닌 과거의 내가 바랬던 생각이 떠올라서 웃었다.
모종의 희망과 믿음이 이루어진다면 좋겠지만 나는 그 상대가 아니었다. 그렇게 동생과의 대화는 사과로 마무리했고, 소개팅은 그날 이후로 연락 두절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모든 걸 마무리한 금요일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