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디오북' 녹음 지원에 탈락했음을 알려주는 메시지를 받았다. 내용이 너무나 정중해서, 탈락의 '서운함' 보다는 '아~조금 더 연습해서 제출했어야 하는데~'라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나는 왜 오디오북 녹음에 지원 했을까?
몇 년 전, 한 분을 소개받았다. 그분은 목소리가 한석규를 떠올리게 하는 분이었다. 사람 보다도 목소리에 호기심을 가졌지만 아쉽게도 서로에게 그 이상의 다른 매력을 느끼진 못했었다. 이름도, 얼굴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 스쳐가는 인연이었다.
그럼에도 그 사람이 했던 한 문장은 몇 년이 지나도 가끔 생각이 났었다. 손에 책을 들고 있어서, "아~책 좋아하시나 봐요?"라고 질문했는데 그분의 대답이 뜻밖이었다.
질문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 녹음에 참여하고 있어서, 읽고 있는 책이에요"라는 문장을 전해주었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세계였다. 시각장애를 가진 분이 어떻게 책을 읽을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막연히 점자책만 알고 있었던 나였다. 누군가의 목소리로 책을 듣고 읽고 있음을 그날 알게 되었다.
소개팅남과는 그날을 마지막으로 만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몇 년이 지나서도 그때 그 문장이 가끔씩 떠올랐었다. 한 번은 지원 과정을 검색해보았다. 지원을 하고, 목소리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만 녹음을 할 수 있었다. 즉, 목소리 재능이 필요했다. 어떻게 내 목소리를 다듬을지 잠시 고민을 했다. 그러다 또 잊고 있었다. 지원하려던 곳에 다시 알아보았을 때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녹음실이 잠정 폐쇄 중이었다.
코로나가 진정되었다. 우연히 다른 곳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 지원 공고’를 보았다. 지원했지만 오늘 떨어졌다. 내가 생각한 탈락의 가장 큰 이유는 게으름이었다. 미루고 미루다 마감 직전에 녹음해서 보낸 결과로써는 당연했다. 타고난 것도 충분하지 않은데 후천척 노력까지 부족했으니... 기회는 왔는데 준비가 되지 않았다 ㅠㅠ
몇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던 누군가의 문장이 새로운 세상에 관심 갖게 했다. 사람은 기억나지 않지만 문장은 계속 살아있었다. 한석규 같았던 그분의 목소리도 떠오르지 않는데 그때 그 문장만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내년에 다시 지원해야지! 사람은 사람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