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손절 후, 어떤 마음이 찾아올까?

by 그럼에도
친한 친구를 손절했다면 그다음은 어떤 일이 생길까?


많은 책과 SNS 여기저기서 말한다. '이런 사람 멀리하세요~손절할 유형...' 두고두고 맞는 말이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나처럼 우유부단함의 극치는 멀리할 사람을 알았음에도 10년을 끌다가 결국 손절하게 되었다. 멀어지려는 건 한 사람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주변의 다른 친구들까지 모두 끊어내게 되었다.


문제가 심각함은 알고 있었다. 다만 좁은 인간관계와 과거에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이 너무나 아까웠다. 망설였다. 그러다 실망감을 넘어서 분노가 일어난 순간쯤에 브런치를 시작했다. 대나무 밭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쳤던 신하 같은 마음으로 적었을 뿐, 그 이상을 생각한 건 아니었다.


글을 쓰다가 진짜 심각성을 느꼈다. 어느 날 모든 연락을 차단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흘렀다.


1. 처음에는 시원함보다는 불안하다. 오래 고민했음에도 언젠가 지금의 행동을 후회하는 건 아닐지를 생각하면서.


2. 시간이 흘러서 인간관계에 관련한 책을 읽다가 나와 비슷한 사례를 읽고 다시 분개힌다.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새록새록 분노가 차오른다. 왜 그때 한 마디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을까?


3. 후회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빨리 손절하는 건데라면서... 생각보다 만나지 않아도 아쉽거나 그립지는 않았다. 정말 오래전부터 마음에서 떠난 사람이란 이런 거구나를 느낀다.


4.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생각한다. 그때 나는 너무 외로웠고, 사람에 대한 분별력이 없었다. 사람 보는 눈이 없었고, 좁은 인간관계에서 '인생 전부'를 생각했다. 영원한 우정이라는 단어에 집착했고,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영원히 우정을 지킬 거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렀다. 각자의 환경만 변한 것이 아니라 생각도 사람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늘 웃는 천사 같았던 A, B는 웃으면서 독설을 날리는 냉혈한이 되었다. 그런 이야기에 말 한마디도 못 하던 나 역시 마지막에는 똑같은 모습으로 응답했다. 나에게 했던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아마 가깝지 않았다면 지금도 가끔씩 만나는 친구가 되었을 것이다. 너무 가까웠고 서로 선 넘는 말과 행동이 이어졌다. 하지만 얻은 것도 있었다. 그렇게 가깝지 않았다면 늘 웃기만 하던 C의 진짜 속마음을 30년이 지나도 몰랐을 거다. 소름 끼쳤다. 글로도 적기 어려울 만큼.


그렇게 헤어지고 몇 년이 지나서 나는 가벼워졌다.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마음의 일부를 덜어낸 이유 중에 하나는 멀리할 사람을 차단했다는 것이 컸다. 또한 다가오는 비슷한 사람들을 한눈에 알아보고 피해 갔던 이유도 같았다.


'왜 나에게는 이렇게 악인이 몰려올까?'


라는 생각에 우울함도 오래 맴돌았다. 무슨 문제가 있는걸까?


나에겐 분명한 것이 있었다. 좋아하는 취향은 없었고 외로움, 착한 아이 콤플렉스와 함께 그들이 이용하고 싶은 '능력'이 있었다. C가 마지막에 매달렸던 이유도 오랜 친구라서가 아니라 업무적으로 물어볼 상대가 사라짐이 아쉬워서였다는 것은 20년 동안 파악한 본성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


현재의 나는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있다. 다양하고 느슨한 인간관계, 바쁜 취미 활동, 다양한 관심사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물론 다양함으로 외로움이 완벽하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외로운 순간은 있지만 심심한 순간은 없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오히려 해야 할 일이 쌓여서 문제인 일상.


결론적으로 나를 잘 키우되, 사람들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려고 한다. 물론 해오던 관성이 있기에 한 번에 거리두기가 되지는 않지만 처음부터 너무 가까이하지 않으려고 한다. 일정한 간격과 거리두기는 코로나 방역수칙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내 인생에도 타인과의 거리두기, 객관화가 필요했다.


내 인생의 의미도 결정권도 내가 가지려 한다. 친밀함이 나를 규정하지 않도록. 나와 너의 거리두기로.



자기 언어를 갖지 못한 자는 누구나 약자다.

- 은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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