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nemy 친구인 듯, 친구 아닌

유은정,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by 그럼에도
"네놈들이 나를 욕한다고 해서 내가 훼손되는 게 아니고, 너희들이 나를 칭찬한다고 해서 내가 거룩해지는 것도 아닐 거다. 그러니까 너희들 마음대로 해 봐라. 너희들에 의해서 훼손되거나 거룩해지는 일 없이 나는 나의 삶을 살겠다"

- 소설가 김훈 인터뷰 中 -



p. 12


자, 선하 씨를 끔찍하게 생각해주는 친구의 말을 뒤집어보자. 그녀는 선하 씨의 문구 모으는 취미를 '어른스러운 취향이 아니라는 말'로 폄하시키고, 뮤지컬 관람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들떠 있는 선하 씨의 순수한 행복감을 상실감으로 전락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열심히 알아보고 등록한 어학원에 대해 "그 학원은 별로야"라며 선하 씨의 선택에 의심을 심어줬다. "그까짓 것", "난 별로", "겨우", "아이고" 등 몇 마디 추임새로 선하 씨의 정서적 영토를 무너뜨린 것이다. 이것이 바로 흔히 말하는 우정 사기다.


논리적 대안, 합리적 의심, 진정한 위로라고 속삭이는 사람들의 말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너까지 행복해지면 내가 너무 속상하잖아. 그러니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나보다 행복하면 안 돼. 너만큼은 계속 불행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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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행동은 습관, 말은 인성, 인상은 성격, 관상은 과학이지 싶다.


요즘 진료실에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프레너미 frenemy에 대한 고민을 토로한다. 프레너미는 친구 freind와 적 enemy의 합성어로, 곁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행복을 빌어주는 진짜 친구인지, 친구라는 이름으로 머물지만 시기와 질투를 남발하는 적인지 알 수 없을 때 사용한다.


중략


프레너미 이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다. 상대를 희생시켜 자신의 열등감을 해소하고 본인의 우위를 확인하려는 것. 그래서 끊임없이 상대를 흔들어 대며 불안과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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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보다 '프레너미'라는 단어를 먼저 만났다. 이 단어의 의미를 처음 듣고, 흔히 말하는 현타, '현실 자각 타임'이었다. 주변에 친구나 주위 사람들을 보고 가끔 느꼈던 그 이상한 마음, 그 마음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프레너미라고 할 수 있었다.


친구며 회사며 또 이런저런 사람들과의 테두리 속에서 살아간다. 친구와 인맥이라고 불리는 이 흐름 속에 우리는 가끔씩 거리를 두는 '기간과 시간'을 설정해야 한다. 한 발 더 물러서서 타인을, 나를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내가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 둘 중에 어디에 서 있는지도...


적정한 거리 두기는 나를 위한 '마음 챙김'의 시간이다. 담대하게, 단순하게 나누어서 바라보고, 단호하게 '무례함에 선을 긋는 나의 말과 행동'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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