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미, '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p.130
너랑 내가 같니?
아마도 미현 씨 친구의 마음을 돌아서게 한 결정타는 이것이었을 것이다.
+ 중략
너는 나에게 좋은 친구가 아니었구나
이런 쓰라린 결론에 다다르면 처음에는 '내 곁에는 아무도 없구나. 아니,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구나.' 하는 허무함에 빠진다. 그렇다면 차라리 홀가분한 마음으로 관계를 정리할 수 있어 다행이다. 문제는 상대가 나에게 좋은 친구가 아니라는 결론에 다다랐음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포기할 수 없을 때다.
"함께한 게 몇 년인데..."
"어린 시절 추억을 공유할 사람이 그 애 밖에 없는데 어떻게 정리를 해?"
이런저런 이유가 발목을 잡는다. 더구나 상대가 여전히 나를 원하는 상황이면 더욱 정리가 어렵다.
+ 중략
오랜 친구는 오랜 습관과 같다. 바꾸거나 끊어내는 데는 당연히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 중략
하지만 나는 그런 관계를 권하지 않는다. 껍데기만 있고 속이 텅 빈 관계는 언제고 금이 가거나 깨지거나 부서진다. 오래 만나왔다고 해서, 많은 것을 공유해왔다고 해서 모두 친구인 건 아니다.
+ 중략
그저 순하고 순순했던 10대 아이는 20대, 30대가 되고 성장하면서 여러 사람, 여러 모임을 접한다. 다양해지는 경험에 비례해 자기주장이 생기고 자기 고집도 생긴다. 그럼으로써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이전보다 스스럼없이 내비치는데, 이때부터 오랜 벗과 사이가 틀어지는 일이 생긴다.
'예전에 알던 내 친구가 아니네.'라는 묘한 불편감을 느낀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이런 것이다.
착해 빠졌던 너, 나는 예전 그 모습이 좋아.
사람들은 보통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의 번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익숙한 친구에게서 풍기는 '낯선 분위기'가 반갑지 않은 것이다. 만약 친구가 성장하는 모습, 혹은 변해가는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불편함을 넘어서서 인정하고 싶지 않다면, 한 번 생각해보자.
'나는 눈 앞의 친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받아들일 수 있는가? 만약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면 붙들고 있는 건 순전히 자기 욕심이다. 변한 친구는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 중략
기쁨은 질투를 부르고, 슬픔은 약점이 된다.
이 책은 여자들에게 특화된 '관계 심리학'책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자이기도 하지만 여자들의 대화에 가장 많이 나오는 유형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2년 전엔 그저 재밌게 읽었고, 2년 후 지금은 위의 에피소드가 나에게 지나갔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책을 따라한 것도 아닌데, 내가 들은 말도 위의 대화와 비슷했다. 껍데기만 남아있고 속이 텅 빈 사이였다.
마침 이런저런 일과 말이 섞여서, 결국은 멀리하는 나에게 오랜 친구는 말했다. '우리가 몇 년을 만나왔는데 그러니?'로 시작해서, '왜 네가 이러는지 이해가 안 돼.'라는 말들로 나를 가로막았다.
우리가 오래 만나야 할 이유가 고작 '그동안 만나온 시간' 뿐이라니. 다른 이유였다면 마음이 흔들렸을 텐데. 이유는 시간의 양이었다. 서로 마음을 의지하는 것도 아니고(어쩌면 나 혼자만 의지했는지도 모른다), 종종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었다. 다들 결혼 후에는 생일 때를 제외한 만남도 없었으니, 연중행사처럼 당연하고, 의례적인 일정이었다. 그런 사이임에도 왜 나는 굳이 멀리하고 싶었을까? 그냥 연중행사 참석만 하면 되는데, 결단력이 부족한 소심쟁이가 그런 결정을 한 이유는?
내가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마다 듣는 디스(?)와 같은 돌려서 욕하는 듯한 표현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우린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혼자서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것이 친구들 사이에서도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의 입을 통해서 듣는 말이... 참기 힘들었다. 상대방은 별생각 없이 던진 말에 나는 오래 아파했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이젠 내 마음에 숨통을 틔워주고 싶었다. 나를 지키고 싶었다.
어떤 자기 계발서 영상에서 강사님은 말씀하셨다. '차 떼고 포 떼면 뭐가 남겠냐고.' 서로 다름에도 보듬고, 웃으면서 넘어가야 한다는 메시지에도 분명 동감한다. 하지만 나도 내가 가는 길에 가끔 불안하고, 이게 맞는지 의문점을 갖고 있는데, 응원까지는 아니어도, '잘못되길 바라는 건가?'싶은 말을 가까운 곳에서 듣고 싶지는 않았다.
나와 관계없는 타인의 한 마디와 내 옆에서 들리는 한 마디의 무게감은 너무나 다르다. 그래서 결국 비슷한 생각을 갖는 사람들끼리 사람들은 뭉치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이 친구들은 모두 성격이 다르다. 공통점이 없어서 불편한 적도 있었지만 다양성이 장점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런 다양성도 결혼과 육아 이후, 비슷한 생각과 생활 방식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유일한 싱글인 사람에게 대하는 태도와 말은 사뭇 달라졌다. 다르다는 것이 이렇게 잘못한 건가?라는 생각으로 서운했고, '자녀 양육'의 사람들과 달리, '나를 키우는 셀프 성장'이라는 모토가 누군가의 마음에 아픔을 줄 거라는 생각까지 못하는, 어떤 면에서 나도 배려가 부족했었다.
사람들은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더 갈구한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 그런 마음이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여 버린 지금은? 서로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불편한 마음은 참지 말고, 바로 풀어버렸어야 함을 배웠고, 친구에 대한 환상 대신 소박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 속의 대화 유형이 너무 익숙해서, 내가 들었거나, 내가 한 말이 아닌가 싶었던 30,40대 여성의 대화록이 담겨 있는 오늘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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