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동생의 대학원 원서를 교정해 준 적이 있었다. 정확히는 교정이라기보다는 '전부 수정'을 요하면서 악평을 했었다. 어쩌면 이렇게 두서없이 쓸 수 있냐면서... 시끄럽고 까다로운 코치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
그런 내가 요새 반대 입장이 돼 보니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는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글쓰기 수업에서 다른 분들의 글을 보다가 내 글을 보니, 문단과 문단 사이의 연결이 어색했고, 반복되는 어미로 글이 부드럽지 않았다.(브런치 독자님들께 감사합니다^^;;)
다른 분의 글에서는 단어 몇 개의 반복도 귀신같이 알아차렸는데, 눈에 뭐가 씐 것처럼 내 글에서만 그게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원고 교정이 내 순서가 될 때면 선생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되도록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나, 글쓰기가 제일 어려운 나였다.
곧 있을 면접을 위해 오늘은 자기소개서를 써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쓸 말은 없었지만 몇 줄을 써서 친한 동기에게 보냈다. 동기의 꼼꼼한 지적에 '심쿵'했다. 떨리는 심쿵이 아니라 심장이 정말 내려앉는 느낌의 심쿵을 경험했다.
장점란에는 자세한 사례가 없었고, 단점란에는 진짜 단점을 적어버렸다니... 자기소개서의 기본도 지키지 않은 그런 글이 나의 글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글이나 대화에서는 논리 구조가 안 맞는 것도 기가 막히게 밝혀냈던 나라고는... 내가 봐도 믿기지 않았다.
정말 심각한 나였다. 브런치는 일상의 이야기라서 쓰기 쉬웠던 걸까? 생각하지 않아도 스르륵 썼던 브런치와는 반대로 몇 시간 동안 두서없는 글을 적어 놓았다. 역시 내 일이 돼 봐야 아는구나. 남의 일은 쉽고 간단해도 내 일은 이렇게 복잡하고 피곤한 세상이구나.
얼마 전 한 지인의 승진 소식을 듣게 됐다. 사람들이 부러워할 OO보직을 맡게 되었다. 기존 경력과는 너무 다른 자리라서 어떻게 저 위치에 갔을지 궁금해졌다. 그러다 그분의 이력을 보았다. 기회가 될 때마다 새로운 자리에 지원하고 도전한 역사가 있었다.
과정은 모른 채, 나는 결과물만 보면서 너무나 쉽게 그 자리에 도착했을 거라고 내심 짐작했었다. 나는 그런 도전을 처음 해보고 있다. 살면서 이렇게 해온 일이 없었는지 자책하고, 불안한 마음을 초코렛으로 달래면서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다.
아무리 부족한 나라도, 나를 믿어야 한다. 그럼에도 나를 데리고 살 나를 위해서, 지금보다 더 웃을 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