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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Jul 01. 2023

좋은 사람만 옆자리에

왜 우리 회사 과장님은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과장님의 행동은 더 심해질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타인과의 거리 조정뿐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친구는 당장에라도 손절할 수 있고 좋은 친구에게는 나 또한 호의를 베풀어 서로 진정한 우정을 키울 수 있다.
- 전미경, '당신은 생각보다 강하다' p.198


  주변에 새로운 '강약약강'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주변 사람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는 도화지 같은 상태였지만 몇 달간  함께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보기와 정반대'인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사람 좋은 미소로 웃고, 썰렁한 유머를 남기며, 회식을 좋아하던 A와 늘 웃으면서 애교를 부리던 B는 전형적인 '강한 사람에게 약하고, 약한 사람에게 강한 사람'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손해와 이익 계산이 남다르다는 것은 살면서 배운 공통분모였다.


 A는 처음에는 다정했다. A보다 나는 선배였지만 나이는 아래였다. 그런 A는 처음에는 공손하게 말하면서 다가왔다. 시간이 흐르고 A의 눈에 나의 어떤 점이 만만하게 보였던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어떤 것이 그의 눈에 꽤 거슬리는 점이 있었던 것 같았다.


 얼마 전 A는 말했다. 술자리에서 평소와는 다른 진지한 목소리로 '목소리는 우아한데 말은 이상하게 한다'는 식으로 일종의 시비를 걸어왔다. A와는 평소 대화도 없는 사이인데, 거기다 술자리에서 어떤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던 나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을 뿐 그 자리를 곧 나왔다.


 A의 행동은 술김도 아니었고 우연도 아니었다. 평소 A의 농담과 행동은 늘 연결되어 있었다. 자랑하고 싶은 게 있으면 돌려서 말했다. 그렇게 하소연처럼 말하지만 곧 '본인 자랑'의 시작점이었다. 그냥 자랑하기 아쉬우니 언제나 돌리고 돌려서 말했다.


 B는 정반대였다. 늘 본인 집안의 재력이나 가족의 직업을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말하면서 자랑을 했다. 사람에 따라서 약간의 선물을 했다. 물론 아주 가까이에서 업무를 도와주던 나는 제외였다. 그런 B가 갑자기 점심을 사겠다고 말하면서 '따로 만나자'면서 연락을 줬다.


 강약약강 중 한 명은 '대놓고 멀리하겠다'라고 손사래를 치고, 다른 한 명은 '일부로 가까이하겠다'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안 그래도 폭우와 폭염으로 지쳐 가는데, 강약약강의 사람들은 '번아웃'같은 묵직한 피곤함을 선사했다.


 멀어지겠다는 사람의 말은 불쾌했지만 그나마 일관된 매력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작은 일에도 '나의 엄청난 결점'을 찾아낸 것처럼  호들갑 떨던 B가 어색한 칭찬을 길게 하며 다가오는 것은 불쾌지수를 끌어올리는 일이었다.


 최근 몇 년간 나의 인복이 조금이라도 상승한 이유는 '손절과 거리두기'였다. 주변에 좋은 사람을 가까이하고, 유능해도 '인성이 나쁜 사람'은 있는 힘껏 멀리 했다.


 지금 내가 '강약약강'의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기'라는 단순한 방법론만이 남아있다. B가 다가온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얼마 전 발표했던 OO이었겠지.


 B가 나에게 얻으려는 것은 명확한데 반대로 나는 그 어떤 것도 얻는 것이 없었다. 마음 약한 사람은 '이해관계' 계산을 조금도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몰라서 속을 수도 있지만 알면서도 속아주거나 참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정말 모르는 걸까? 모른 척하는 걸까?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은 다가서기 어려운데 반해서 친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은 갑자기 다가오려고 한다. 얼마 전 다가온 C 역시 밀어내기로 멀어진 사람이었다. 이번에도 A와 B는 있는 힘껏 밀어내기로 했다. 외로움이 따를지라도 마음 가득한 편안함이 남을 테니까.


인간관계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바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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