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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Dec 16. 2023

부디 그런 내가 되길

 지인의 아들이 지난달 수능 시험을 본 후로 쭉 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인은 이렇게 시간 많을 때, 책이라도 좀 읽었으면 하는 마음을 말했다.


 엄마로서도, 인생을 먼저 살아본 경험자로서는 맞는 말이다. 이렇게 시간이 많을 때, 책 좀 읽었으면!


 하지만 당사자의 마음은 다를 거다. '대학 입학'이라는 인생 과제를 위해 사교육과 공교육을 오고 간 십구 년 인생이 얼마나 괴로웠을까? 특정 과목 공부만 좋아했고, 나머지 과목을 힘들어했다고 했다. 특정 과목을 제외한 다른 과목을 사교육으로 보충하느라 전쟁처럼 살아왔을 아이였다.


 과거의 나도 지인의 아들과 다르지 않았다. 나는 영어와 사회, 한문 수업을 좋아했다. 그 외 과목 중 특히 수학과 물리, 화학은 눈물이었다. 아무리 문과였지만 전 과목이 반영됐던 시기에 사람으로서... 원하는 대학교를 가는 게 쉽지 않았다. 


 그때 수능만 끝나면 '좋아하는 영어와 한자만 공부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끝도 없이 했었다. 수학 문제만 보면 눈물이 흐를 만큼 심각한 '수포자'였으니까. 


 좋아하는 영어는 다 풀고도 시험 시간이 15분이 남았다. 다시 재검을 해도 5분이 남았다. 이건 시험이 아니라 빨리 푸는 챌린지 같았다. 빨리 풀고, 얼마나 시간이 많이 남았는지를 기록하며 좋아했다.


  영어만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넘치고 넘쳤음에도 나는 19살 때 기억을 깡그리 잊고 살았다. 원하는 것만 공부해도 되는 대학에 와서는 전공보다 다른 것에 관심이 넘쳤고, 늘 '다음에, 다음에'를 외쳤다. 그래서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고, 사는 대로 살아버렸다.


 그러나 걷잡을 수 없이 많은  나이, 늦은 나이가 되었다. 


 나의 현재 아킬레스 건은 '영어'다. 매일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말하면서 공부하지 않았다. 말로만 하는 다이어트와 영어 공부는 '작심삼일' 그 자체였다. 


 사는 대로 살면 나처럼 된다라고 차마 말할 수는 없지만... 늘 다음에 다음에를 외치면 지금 나의 '현재 불만족' 인간으로 살게 된다. 그렇게 되는 대로 살다 보면 헛헛한 마음을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웃어넘겨 버린다.


 부디 '현재불만족 인간'에서 한 단계 나아간 내가 되길. 그때 잘했던 걸, 지금도 잘 해내는 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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