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울타리와 공간 지키기

롤프 젤린, '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

by 그럼에도

p. 38

동물행동학자들에 따르면 모든 동물에게는 다른 동물과 공유하지 않는 자기만의 영역이 있다고 한다. 새끼를 키우고 잠을 청할 수 있는 곳이자 적대적 관계의 다른 동물이 침입했을 때 방어할 수 있는 만큼의 충분한 거리가 확보된 공간이다.


다른 사람이 침범할 수 없는 자기만의 영역이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영역은 우리 삶을 안전하게 뒷받침해 주고 다른 사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울타리가 되어 준다.


크든 작든 자기 영역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가에서 벗어나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삶을 꾸려나갈 줄 안다. 반대로 자기 영역이 없거나 자주 침범당하는 사람은 늘 불안을 느끼고 타인에게 휘둘린다. 그러므로 단호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고유한 영역을 확보하고 지킬 줄 알아야 한다. 국경이 불분명한 국가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다툼이 생기듯이 자기 영역이 분명하게 경계를 긋지 않으면 인간 관계도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시대에 살면서 평범한 일상과 여행, 일, 사람들과의 교류를 잃었다.


그럼 얻은 것은 무엇일까? 나처럼 인간관계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코로나 환경으로 사람들과의 거리 유지가 자동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라는 말을 방역 지침 하에 눈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혼밥, 혼자 놀기처럼 고독함은 늘었으나 마음의 복잡다단함은 줄었다. 하지만 이것은 엄연히 환경이 준 선물이고, 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요새 심리학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타인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아서 읽었는데 요샌 내가 나라는 사람이 알고 싶어 져서 읽고 있다. 나라는 사람이 이성보다는 본성과 습관이라는 관성에 얼마나 익숙해져 있는지를 서서히 알아 가고 있다.


선을 넘었습니다.


내가 경계선을 넘기도, 타인이 넘어올 때도 있다. 내 안의 울타리를 다시 점검해보는, 그리고 없던 울타리도 하나씩 세우는 오롯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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