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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의 행동은 거의 무의식에 의해서만 행동한다. 군중의 행동은 뇌보다는 척수 신경의 영향을 훨씬 더 많이 받는다. 그들은 행동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는 있느냐 뇌가 그 행동을 지휘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들 개인은 자신들을 흥분시키는 우연적 원인들에 따라 행동한다. 모든 외부 자극의 놀잇감인 군중은 외부 자극의 끊임없는 변화를 반영한다.
- 귀스타브 르봉, '군중심리학'
하루하루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우연히 본 계엄령 속보가 그랬고, 서부지원에서 벌어진 현상은 그동안 내가 살아온 나라가 맞는지 혼란스러웠다.
나 하나도 감당하지 못해서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 살아왔는데 사회는 무법천지가 된 모양이었다. 우연히 ebs북카페에서 군중심리학의 대가라고 언급된 귀스타브 르봉 책을 찾아보았다.
어려운 학술 용어가 가득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쉬운 단어와 얇고 작은 책이었다. 내용은 간결하고 짧았지만 울림은 묵직했다.
한 사람보다 여러 사람의 머리가 낫다고 말하는 '집단지성'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다수의 사람들, 군중을 어떻게 이해하게 할까?
내가 들어온 것, 당연하다고 여겼던 그 모든 세계가 깨지는 장면이었다. 그 행동이 맞고 틀리고의 가치 판단을 넘어서 몇몇 소수의 지시에 따라서 움직이던 다수의 군중들이 로봇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결과는 파괴적이었다.
다수의 움직임이 어떨 때는 지혜로, 어떨 때는 충동적 노예(책에서 언급한 표현)로 변화되는 지점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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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적이라고 일컬어지는 군중의 일반적인 특징은 우리가 모든 군중에게서 본 것들과 아주 똑같다. 암시를 받기 쉬움, 쉽사리 믿음, 변덕스러움, 좋거나 나쁜 감정을 과장하는 경향, 일정한 형태의 도덕성을 나타내는 것 등이 그것들이다.
- 귀스타브 르봉, '군중심리학'
사회도 시끄럽고, 다니는 회사도 구조조정을 앞두고 묵직한 기류가 흐른다. 나는 그대로인데 둘러싼 주변 환경과 사회는 그대로 두지 않는 모양이다.
주관을 가진 개인을 산다는 건 당연하다고 받아지는 일들을 의심하고, 새롭게 바라보고, 스스로 정의하고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 막연히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성장하는 것을 천천히 지켜봐 주지 않았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단단한 개인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책을 읽었다. 기술은 나날이 발전한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움직이는 방식은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다. 1800년대 저자의 책이 오늘에도 읽히는 이유는 현대사회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군중이 움직이는 힘의 원리가 비슷했다.
이해할 수 없을 때, 살아가는 게 힘이 들 때는 책을 읽어야겠다는 소소한 다짐을 해본다. 눈 쌓인 설날, 고립된 집 안에서 책을 읽는다.
올해는 눈 쌓이듯 책을 소복소복 쌓아놓고, 눈 녹듯 마음에서 녹아내리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