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의 세계

by 그럼에도

나도 저런 월등한 실력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람보르길리, 김길리가 질주하는 모습은 내가 꿈꿔왔던 그런 모습이었다. 아무리 경쟁자가 막아서도, 아무리 경쟁자가 많아도, 맨 뒤에서 조용히 달려도, 결정적인 순간에 질주하는 실력! 너무나 압도적인 차이라서 그 누구도 근처에 올 수 없는 실력자!


이런저런 일들로 답담함만 가득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손은 하루종일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뉴스 기사여기저기를 눌러보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일종의 현실 도피였고, 회피였다. 잠시 나를 둘러싼 환경을 스스로 눈 감아버리고, 새로운 세상, 부러운 세상을 염탐하는 모습이랄까.


쇼트트랙 동계 올림픽 영상을 보다가 질주하는 최민정, 김길리 영상을 보고 난 후, 소화제를 먹은 것처럼 막힌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과거에 금메달을 따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영상에 감동했던 내 모습과는 달랐다. 이번엔 실력, 압도적인 그 실력이 감동이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보여주는 한 편의 동영상이었다.


경쟁자가 샌드위치 빵처럼 앞, 뒤로 막아서서 진로를 방해해도 실력자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꼴찌로 천천히 달리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아웃코스, 광속으로 질주하는 자를 누구도 막아설 수 없었다.


나도 저런 능력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은 고만고만한 능력, 언제나 다른 사람으로 쉽게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실력, 현상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있었다면 거친 폭풍을 만나도 걱정이 되지 않을 텐데.


하루에도 몇 번씩 김길리의 영상을 바라본다. 거침없이, 빠르게 달려가지만 호흡은 안정적이고 판단은 정확했다. 각각의 게임마다 다른 전술을 보여줬고, 전략은 훌륭했다


나에게도 그런 실력이 있었다면, 나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 좀 더 일찍 알았다면 내 인생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달리기는커녕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한 나라는 사람, 발전보다는 현상 유지에 급급해서 살아온 정반대의 모습이 겹쳐졌다.


달리고 싶었다. 갖고 싶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소소한 사람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두각을 나타내는 실력자의 모습을 보저 주고 싶었다.


갖고 싶은 건 있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대신 글로 먼저 고백해 본다. 갖고 싶어서, 원하지만 쉽게 가질 수 없는 마음이 앞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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