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가능 그리고 비교 불가

어른이로 산다는 건

by 그럼에도
MBC '백파더'

백파더라는TV 프로그램에서 요리 초보를 '요리+어린이'='요린이'로 부른다. 그중에서 지금 연세에 라면도 못 끓인다고 나오신 이 분의 사진을 기사로 보았다. 대표 요린이라는 설명과 함께^^;;


그리고 묘한 동질감으로 사진을 바라보았다. 나는 '어른+어린이'='어른이'라는 생각과 함께. 나이에 어울리는, 누군가가 기대하는 수준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나와 이 분은 동질감이 있다.


금융 문맹인으로서 용기를 가지고 금융 관련 책을 읽다가 책 속에서 말하는 단기, 중기, 장기 목표라는 문구에서 책을 더 읽을 수가 없었다. 내가 그런 계획을 세우고 살고 있지 않다 보니, 그다음 페이지를 보기 전에 나의 목표라는 것을 세워야 했다. 그래야만 책을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은 불금~ 불금에 맞게 나의 계획이라는 것을 종이에 적어보았다. 생각대로 될까? 흘러가는 대로 살아온 내가?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모두가 보는 이 곳에 적어 봄이 어떨까? 일종의 공약 선언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적어본다.



마케팅에서 말하는 제품의 생애 주기이다. 제품을 출시해서, 제품이 성장하고, 쇠퇴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그래프는 사람에게도 적용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또래의 사람들과 소통이 어려운 이유는 '결혼 유무'라고 생각해왔다. 물론 결혼 전후의 다른 인생도 차이가 있지만 더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조금 전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나이와는 다르게 사실은 1단계인 도입 단계라는 것이다. 내 주변은 2단계 성장기를 달리고 있는데 전혀 다른 구간을 걷고 있으니 교류할 것도 없고, 다른 장면을 독백처럼 말하곤 했던 거다.


대부분 사회 초년생 시절에 방황을 하다가 길을 선택하고, 10년쯤 후에는 그 일의 전문가 또는 전문가가 되기 위한 심화 과정에 도입하는 단계를 걷는다.


난 시간상으로는 업무 적응은 높아졌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은 향후 5년 이내에 유지하기 어려울 거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막연히 그런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코로나는 회사에게 재택근무여도 회사가 잘 돌아가고, 지금의 인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교훈을 알려주었다.


일이 마음에 든 적은 없지만 지금의 나는 시간의 길이만큼이나 일이 익숙해져 있는 상태이다. 전문성을 요하지 않는 업무라는 것은 늘 불안감을 주는 요소였지만 나의 한참 윗선 배님들은 정년을 다 채우셨기에 딱히 깊은 고민을 해보지 않았었다.


정년을 못 채우는 그 세대가 '내'가 되면 어떡하지? 이 고민은 정확히 2번째이다. 몇 년 전 구조조정 시기가 있었다. 다른 길을 걷겠다고, 퇴근 후 따로 공부도 하고, 이런저런 이수 교육도 받다가 게으름과 귀차니즘으로 흐지부지 되어 결국 자연 소멸했다. 그렇게 30대 초반을 훌쩍 보내고 그다음엔 야간대학원이라는 곳을 다녀왔다.


대학원을 다녀도 학문의 길과는 도통 친해지지 않았다. 배운 건 '나라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유독 구분되는 점'을 안다는 것이다. 과제를 할 때 난 늘 특이한 주제를 많이 찾았다. 이제 막 뉴스에서 나오기 시작한 화젯거리나 '오송'이라는 지역처럼 가끔씩 지나가면서 봤던 공장과 연구소가 많이 보이는 동네 탐구라던지 ㅎㅎ 나의 관심사는 가끔 구글 신도, 포탈 검색에도 자료가 없을 때가 많아서 애를 먹었다. 이야기의 흐름을 짜는 것도 결론도 내기 어려운 것도 많아서 그 회사 직원도 아닌데, 그 회사 직원처럼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결국 발표 파일을 만들고 재미난 주제로 발표하곤 했다. 책을 읽은 기억은 없지만 그렇게 자료만 찾다가 2년이 흘렀다.

sticker sticker

뭘 해야 할지 모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난 내 '호기심'에 '통찰력'을 붙여 주고 싶다. 하나의 묶음으로 만들어서 새로운 주제를 들여다보고 싶다.


난 소위 말하는 '면허'라고는 운전면허증이 전부인데, 뭘 해야 할까? 우연히 어떤 영상을 보다가 코로나 관련 앱을 만든 사람의 스토리를 보게 되었다. 코딩을 배우면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는 건가?라는 호기심에 코딩 수업과 또 하나 '데이터 분석'수업을 동시 수강했고, 결론은 어느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중도 포기했다.


나의 의욕이 능력을 초과한 상태였다. 나이만큼이나 마음만 급했다. 코딩 수업의 선생님이나 수강생 모두 20대 중후반이었고, 그중에서 나는 최고령자(?)였다. 내가 이렇게 어린 감각이 있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사실은 더 위축되었다. 나도 어렵게 질문하고, 질문받는 선생님도 또래 수강생들보다는 불편하게 다가오는 시간, 그리고 수업 과정을 바로바로 따라가지 못하는 답답한 여름을 보냈다.


그래도 또래 친구들보다는 조금은 앞서 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틀린 표현이다. 지금 인생의 구간이 다르다. 방향을 어디로 갈까 VS 가속도를 밟아가는 안정, 성장기의 사람과는 비교해서는 안될 말이다. 나의 오만과 편견을 인정하는 순간. 부끄럽지만 어른이입니다.


나의 단기 목표는 2년 이내에 내 인생 Contents를 만드는 것이다. data 분석할 수 있는 도구 배우기 - 엑셀과 파이썬, 오렌지, 판다스라는 녀석을 한 번씩은 셀프 이수하는 것, 금융 문맹을 벗어나는 것(투자 공부 시작, 책 10권 읽기), 책 100권 읽고 써보기 - 나의 소소한 책을 출간하는 것 + 책을 읽고 녹음하는 것. 그리고 나의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낯선 길이고, 알지 못하는 길이다. 가다 보면 또 다른 길이 있을 거다. 브런치에 글쓰기도 마음만 갖고 있다가 이제야 글을 썼고, 한 달 넘게 쓰다 보니 나의 책을 만들고 싶다는 전혀 예상치 못한 마음이 생겼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나에게 이렇게 많았구나를 배웠다.



갈라진 두 길이 있었지, 그리고 나는, 나는 사람들이 덜 다닌 길을 택했고,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네.-로버트 프로스트(R. Fr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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