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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랭보 May 18. 2018

[영화리뷰] 라이크 크레이지

사랑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

함께 있는 것은 사랑을 지키는, 유지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영화제목 라이크 크레이지(Like crazy)는 가구디자인을 하는 남자 제이콥(안톤 옐친)이 사랑하는 여자 애나(펠리시티 존스)에게 선물해 준 의자에 새겨준 문구이다. ‘Love like crazy’ 동시에 영화가 말하는 ‘사랑에 대한 태도’로 해석할 수 도 있을 것 같다.

영국여자인 애나는 미국으로 대학을 오고 둘은 첫눈에 호감을 느끼며 사랑하게 된다. 모든 연인들이 그러하듯이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고 언제나 함께 일 것을 기약하면서 달콤한 시간을 보낸다.


 졸업 후 다시 영국으로 간 애나는 비자 문제로 미국입국을 거절당하고 둘은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된다. 장거리 연애에서 예상되듯 각자의 꿈과 현실적인 문제들로 투닥거린다. 결국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된 문제들이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든다. 모든 건 사실 단순하게 ‘함께 있었다’면 풀릴 수 있는 작은 것들이었지만 그들도 역시나 극복하지 못했다.


심리학에선 근접성효과(proximity effect)라 불리는 이론이 있다. 매력과 호감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로 심리적 거리를 이르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물리적 거리가 가까울 수록 쉽게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는 단순한 이론이다. 이런 단순한 이론이 복잡다단한 인간관계와 사랑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한 때는 우습게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에서 남녀 주인공의 감정에 틈이 새어나기 시작한 것은 단적으로 ‘물리적 거리’라는 장애물이 등장하면서 부터였다. 남녀의 사랑은 특히나 이런 단순한 물리적 거리를 극복할 만큼 강하고 단단하기는 힘들다. 실은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고. 결국 ‘해피앤딩’으로 둘이 함께하지만 과연 영화의 끝이 해피하다해서 그 사랑의 끝이 행복할진 여전히 물음표로 남았다.


매우 현실적인 연인들의 모습이 사랑에 대한 환상이나 로맨티시즘을 확대해주진 않아서 한편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가령 떨어져 있는 동안 각자 다른 상대를 찾아 연애를 하지만 우유부단한 남자와 여자주인공의 모습.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마음을 더 준 한 쪽은 결국 약자가 되는 것. 사랑이 끝난 후 또 다른 사랑을 할 때조차, 너와 나 단 두 사람의 연애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은 조금 씁쓸했다. 과거의 연인들과 함께 4명이서 연애하는 기분을 느껴본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사랑에서 조차 강자와 약자가 생겨날 수 밖에 없는 구조는 조금은 피곤하고 번거로운 것일수 있다. 사랑은 자연재해라 말하는 낭만주의자에겐 한번도 동의할 수 없었던 나같은 사람들에겐, 결국 사랑은 ‘미치지 않으면(like crazy)’ 하기 어려운 게 되어 버리는 것 같다. 미치지 않고 살아가는 시큰둥한 어른이 사랑하긴 그래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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