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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랭보 Sep 07. 2019

집밥 요리대첩

네가 먹는 것이 곧 너다(You are what you eat)

나는 원체 어릴 때부터 식탐이 많았다. 먹성이 남다른 것은 아버지로부터 유전적인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입에서 무얼 씹고 있으면서도, 또 다른게 먹고싶다는 소리를 습관적으로 그렇게 입에 달고 살았다. 그래선지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는 원체 마른체형이었던 엄마의 몸무게를 넘어섰다. 점점 말라 가는 엄마와 포동포동 살이 오른 나를 번갈아 보면서 아주머니들은 "엄마 밥 뺐어먹는구나!"라고 말하곤 했다. 그때마다 아마도 어린 딸이 마음의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내 눈치를 살폈던 엄마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나와 동생들은 맞벌이 였던 부모님으로 인해 일찍이 스스로 요리를 할 줄 알게 되었다. 남자아이인 막내는 초등학교 때부터 가스불을 켜고 떡볶이, 라면죽, 김치볶음밥은 곧잘 해내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큰누나의 저녁을 차려놓고 기다릴 때도 있었다. 둘째는 우리 셋중 가장 편식이 심하지 않고, 홍어며 청국장이며 구수한 음식을 뚝딱 해치웠다. 우리 셋은 먹을 것을 참 좋아했다. 막내가 경찰시험 준비를 할 때에도 시험에 붙으면 근교로 캠핑을 가서 바베큐를 해먹자고 했다. 결국 가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무얼 함께 만들어 먹자는 말, 맛있는 걸 먹으면 생각이 나는게 당신이라는 말 만큼 애정어린 표현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요새는 주중에 정신적으로 고단해서인지, 주말이 되면 특별한 약속이 없는한 집에서 꼼짝않고 쉬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주말 세끼를 꼬박 집에서 해결할 일이 많은데, 좋은 식재료를 사용해서 요리를 만들어 먹으려고 노력했다. 근 몇년 간 참으로 엥겔지수가 높았다. 맛집을 검색해서 외식을 하고, 온갖 산해진미를 내 뱃속에 채우는데 돈을 썼다. 결국 이 세상에 안먹어본 것은 없고 '다 아는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의 즐거움이 늘어나는 만큼 과식의 날들이 계속되고 그에 따라 뱃살도 늘고 통장의 잔고는 줄었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나는 집에서 일주일에 한번 가족과 함께 먹을 음식을 만들었다. 재료를 다듬고, 씼고, 자르고 조리하는 데에서 오는 즐거움도 살짝 느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만들어 먹은 집밥 시리즈. 정리해서 쭉 보니 이렇게 먹어서 살이 안 빠졌나 싶다.

유기농 토마토 참 달았다. 빨간 색은 없던 식욕도 돌아오게 한다. 토마토는 그 식감과 맛, 향기를 그대로 최대한 살리는게 좋다.

유기농 토마토와 카프레제 치즈를 활용해서 올리브유를 살짝 뿌린 샐러드랑, 간단히 만든 새우오일파스타.

냉동실에 아주 오래 보관되어 있던 콩을 활용해서 칠리콘카르네를 만들었다. 소고기 간 것도 추가하니 풍미 업!

아차산에 가면 항상 들르는 빵집에서 사온 식사빵과 함께, 감자를 삶아 에어프라이에 구웠다. 칠리콘 카르네는 면이든 밥이든 빵이든 모든 것에 다 잘어울리는 음식이다. 유럽여행에서 싸게 구매한 칠리소스를 잘 활용했다.

엄마가 자꾸 피자치즈를 왜 사놓는지 모르겠다. 식재료를 오래 두는 걸 싫어하는 나는 덮밥류에 잘 뿌려서 살을 찌운다. 벌크업 하는 방법도 가지가지.


양배추는 기름에 볶아 먹으면 훨씬 더 맛있다. 양배추 한통 다 못 먹고 버릴때가 많은데 볶음 요리에 활용하면 좋다. 양배추에 매콤한 소스를 올려서 볶다가, 계란 노른자를 풀어 비벼먹으면 매운맛을 잡아줘서 더 맛있다. 

집들이 요리로 요리고자도 뚝딱 해낼 수 있다는 샤브샤브 요리, 밀페유 나베. 원래 더 예쁘게 해야하지만 좀 대충해도 맛만 있다. 채소랑 고기 건져먹고 칼국수 면 넣어서 끓여서 고고
집근처 시장에서 해산물을 싸게 구매해서 조개 오일파스타를 만들어 먹던 날. 화이트 와인에 곁들이면 꿀맛이다.

토마토를 너무 많이 사놔서 썩을까봐 어떤 날은 토마토에 당근, 콩, 야채등을 넣어서 토마토 스프를 끓였다.

토마토스프에 삶은 감자를 넣고 버터 살짝 올리고, 닭가슴살 몇조각 넣으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

두부와 감자, 호박이 몽땅 들어간 된장찌개만큼 맛있는 반찬도 없다. 

오뚜기 냉동피자를 사놨다.(엄마가) 난 인스턴트 싫어하는데 ㅜ 라기 보단 기피하는 중. 호박과 고구마를 올려서 건강식으로 탈바꿈. 

집에 있는 야채 몽땅 투하해서 된장찌개 끓이기.

파무침, 양배추양파 샐러드, 된장찌개에 고기쌈까지. 주말에는 이렇게 거하게 먹어줘야 집밥 답다.

단호박에 훈제오리, 파프리카를 볶아서 쪄내면 건강한 한 끼 고기요리 완성.

시금치에 토마토 싱싱하게 올리고 수란까지 곁들인 영양 샐러드 한끼.

소면위에 열무김치, 상추 등 야채를 올리고 삶은계란까지 고명으로 올려내면 맛있는 비빔국수 완성.

너무 많이 먹어 죄책감이 든 날에는 호박 양파 등등에 과일, 닭가슴살 큐브까지 곁들여 다이어트 식사(?)를 했다.

아기 입맛인 엄마를 위한 소떡소떡소떡.

각종 채 썬 야채를 매콤하게 버무려서 골뱅이 소면을 먹던 날에는 막걸리도 곁들여서 꿀꺽.

감자를 또 한 박스를 사놓은 엄마때문에 감자에 싹이 날까봐, 감자전을 부쳤다. 치즈도 살짝 녹였으니 더 맛있음.

든든한 아침. 약간 느끼하기는 했지만 포슬포슬한 달걀요리에 채 썬 사과까지 곁들이니 레스토랑 브런치 부럽지 않다.

추석 선물용으로 산 명품 멸치를 보자마자 만든 앤초비 파스타. 비주얼을 별로다. 플레이팅을 못하고 허겁지겁 먹는 통에...여태 파스타 중 가장 맛있다고 남은 양념에 가족들이 밥까지 비벼먹었다. 뿌듯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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