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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랭보 Mar 19. 2024

발레입문자의 책으로 발레하기

타자의 경험으로 취미생활을 굳히려는 노력

참으로 신기하다. 역시나 하늘아래 새로울 것이 없다는 옛말이 들어맞듯이 이미 나와 비슷한 사람이 발레를 입문하여, 경험을 기록한 에세이를 발견했다. 무려 2018년에 출간된 현직 기자가 쓴 에세이었다. 마흔을 코 앞에 두고 발레를 시작했다는 것 부터, 매우 흡사했다. 부상을 당하기라도 한다면 뼈가 안붙는 나이이니 관절을 무엇보다 조심해야 한다는 주변의 만류와 걱정도 비슷했고, 요가가 너무 조용하고 정적이라서 성격에 맞지 않아 발레를 시작했다는 작가의 동기가 데칼코마니라 놀라울 따름이었다.(전국의 요기니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말씀. 사실 요가도 엄청 동적이라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재 발레 6개월째에 접어들었는데, 거주지와 발레스튜디오가 살짝 멀어지게 되면서 평일에 조금씩 가던 수업을 주말에 몰아서 듣고 있었다. 특히나 요즘같이 '여긴 어디? 나는 누구?'와 같은 생각이 하루종일 머릿속을 지배하는 회사생활 속에서 발레가 유일한 낙이었는데, 그걸 평일에 누리지 못하니 스트레스와 두통은 더욱 쌓여간다. 


아마도 작가가 이야기 했듯 이러한 생각을 하지 못하는 때문이겠지.


그래서 나는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날에는 '오늘은 꽤 깊은 그랑 플리에를 하고 있구나' 생각하곤 한다. 플리에 같은 그 시기를 잘 지난다면, 인생의 속근육도 자라는 것이겠지.                     <아무튼, 발레> 최민영


여전히 발레를 하는 몸이라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통통한 팔다리와, 뱃살이지만

언젠가는 나도 발레리나처럼 단단한 등근육과 날갯살이 사라진 팔뚝을 가질 수 있을까? 


사실 몸매관리 보다는 잔뜩 성이난 성질머리와 각종 부정적인 기운을 몰아내기 위해 시작한 취미생활이었는데, 너무 아무 생각없이 1년 회원권을 끊어버리고 만것은 아닌지? 하는 잠깐의 후회가 몰려오긴 했다. 

사실 얼마전엔 허리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다녀왔다. 회사일과 집안일이 몰리는 바람에 2주정도 발레를 못가고 계속 앉아있기만 했더니 팔자에도 없는 정형외과 신세를 지게 된 것이다. 

의사선생님 말이 '운동을 너무 안해서 직장인이 겪는 고질적인 통증'을 겪고 있다 하셨다. 

고작 2주 쉰 건데? 하면서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규칙적인 발레클레스가 그나마 나의 몸뚱이, 그보다 더 약한 멘탈을 버티고 있던 건 아닌가 하는 자각이 들었다. 발레는 나에게 없으면 바들바들 조금도 제대로 설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유일한 의지처인 '바(Bar)'같은 존재인가 보다. 


이상 아직도 한손 바(Bar) 입문자 단계에서 아직도 6개월 째 걸음마 중인 취미발레 입문자의 항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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