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8.25.일., '전주 하루수첩'의 첫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
(어찌나 어색하던지...)
제일 먼저 도착했고, 하나둘씩 도착했다고 채팅이 오는데, 이 큰 커피숍에서 누구인지...
어떻게 물어봐야할지, 뭐라고 말해야할지 허둥지둥댔다.
이 지점에 대해서는 딱히 미리 생각해둔 것이 없었다.
어떤 참여자는 서로 긴가민가 눈을 마주치다가 그냥 스쳐 지나갔다.
뒤돌아 다시 말을 걸면서 우리 모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을 걸었다기 보다는... "저.. 저기...." ...
별명을 부르면서 "혹시 000이세요?" 뭐 이러기도 뭐하고..
(불러보기도 했는데, 아주 작게...)
그러다 혹시 전혀 다른 사람이면 어떡하나.. ㅋ
한두명씩 모이기 시작했다. 전체 6명이 모였다. (1명은 집안사정으로 결석)
아무리 온라인에서 평어를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막상 얼굴 마주하고 사용하기는 어색해했다.
(그리고 날 보고 바로 평어를 사용하기도 어려웠겠지..)
존대를 하길래, "우리 평어 사용하면돼~"라고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나도 이 말을 하는 데에 용기가 좀 필요했다.
그래도 지체하지 않고 한명씩 짚어주길 잘했다.
고착되기 전에.
- 하루수첩에 참여한 계기는?
- 해보니 어때?
- 평어 사용은 어때?
이런 얘기들을 나눴다.
지금 돌이켜보니, '아쉬운 점', '건의' 같은 것도 물어볼 걸 그랬다.
- 가족에 대한 이야기
- 꿈에 대한 이야기
- 삶에서 힘들었던 점
- 요즘 즐거운 일
등등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나왔다.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나보다.
대부분 말할 기회가 생기면 좀 길게 얘기한다 싶었다.
(누가 보기엔 아닐 수도 있다. 내 성격이 좀 씨니컬한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도 몰라.)
시간이 좀 지나면서 서로의 스타일을 조금씩 파악하니깐, 끼어들기도 하고, 화제를 전환하기도 하고 그럴 수 있었다. 모인 사람들이 서로를 배려하는 편이라 약간씩 중간정리를 하려면 할 수 있었다.
내가 나이가 훨씬 많은 주최자이기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다른 주최자들은 이 점에 대한 대비책을 좀 가지고 오프라인 모임을 하는 것도 좋겠다.
아마 사람들이 내가 나이가 많아서 놀랐을 것 같다.
내가 44살. 모임의 나이제한은 16-35살. 좀 이상하긴 하지?
나에게는 하루수첩이 달꽃 활동의 연장선상이기도 하고 (하루수첩의 태생도 그랬고),
인간 후배들을 위한 봉사의 마음이 있기 때문에... 그런 나이 설정이다.
여튼 사람들에게는 좀 의아했을 것이다. 어느정도 설명을 했다.
사실 하루수첩은 이전부터 해오던 활동이며,
전국과 다른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는 그룹도 있다는 둥.
내가 이상해보였을까? ㅎㅎ
"혹시 종교 같은 거야?"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흙이 여자인줄 알았어!" 온라인에서 나의 말투가 상냥해서 그런 추측을 했다고 한다.
(이런게 사회적 가면이지...)
- 매월 오프 모임
- 종종 벙개도 하자
- 오프모임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 원하는 사람들의 단톡방을 따로 만들자
- 가끔 서울로 문화예술 소풍을 가자
이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별도의 단톡방은 좀 필요한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아무래도 한번 얼굴을 본 사람들하고 아닌 사람들 간에는 온라인 대화에서 톤의 차이가 분명히 발생한다.
그런데 이 점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벽처럼 느껴질 수 있다.
톡방을 만들었는데, 예상대로 당근의 전체 채팅방과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이 사람들의 관계와 욕구는 그것대로 흘러가게 해주고,
당근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이 편안하게 있을 수 있도록 해주면 될 것 같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