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보다 먼저 해야 할 일

- 자신의 마음 들여다보기

by 난화

얼마 전, 사촌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이번에 중학교에 입학하는 조카가 앞으로 국어 공부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괜찮은 교재가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도 했다. 나는 일단 알아보겠다고 한 뒤에 전화를 끊고 조카에게 직접 카톡으로 장문의 편지를 써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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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곧바로 학습 로드맵을 짜주거나 교재를 추천하지 않고 저렇게 구구 절절하게 운을 뗀 이유는, 공부를 하려는 당사자의 감정,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통 아이가 어릴수록 공부의 주도권을 부모가 쥐게 된다. 아이가 좋아서, 아이가 원해서 어떤 분야에 대한 학습을 시작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학교 공부는 부모의 조바심, 압박, 정보력, 위협(?) 등에 의해 아이가 끌려간다. 내 새끼의 능력을 키워주고 세상에서 경쟁력을 갖게 하고 내가 못 누려본 다양한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엄청나게 타당한 이유가 있으니, 꼼짝 말고 공부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부는 누가 하는가? 결국 아이 스스로 해야 한다.


아이에게 공부 습관을 키워주고, 학교의 교육 과정을 정상적으로 따라가게 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공부를 시키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소박하게 시작하지만 아이의 공부는 곧 엄마의 인생 숙제가 되어 버리고, 아이의 성적표는 엄마의 성과표가 되어 버린다. 만약 내가 아이에게 공부를 하게 만들고 싶다면, 내가 기대하고 있는 공부가 무엇인지, 아이에게 적절한 수준과 양인지, 아이의 마음은 준비가 되었는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은 조성이 되어 있는지 세심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사실 이런 점검 없이 아이 공부에 매달리다 보면, 공부의 가장 큰 이유는 '남들이 다 하니까, 우리 아이만 뒤쳐질까 봐'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마치 지금 하는 공부를 이 시기에 해내지 못하면 낙오가 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리고 꼭 주위에는 서너 살에 한글을 떼고 6,7세에 원어민 수준으로 프리 토킹을 하는 애가 있다. 반면 학교에 들어갈 때가 되어도 천하태평인 애도 있다.(우리 집에도 한 놈 있다.) 엄마의 눈길이 자꾸 앞서 나가는 아이에게 머물러 있다면, 내 새끼는 그저 매일 죄인이고 그렇게 아이를 만든 엄마도 죄인이 되어 버린다. 내가 아이에게 바라는 공부 습관은 무엇일까? 지금 이 시기에 내 아이에게 맞는 공부는 무엇일까?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현재 공부와 씨름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잠시 펜을 내려놓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지금 왜 공부를 하고 있는가? 내가 공부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 제대로 공부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사실, 자기 자신은 답을 알고 있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게 공부인가? 문제집을 많이 푸는 게 공부인가? 학원에 밤 11시까지 있으면 그게 공부인가? 스카에 등록해서 엉덩이 붙이고 있으면 그게 공부인가? 내가 공부를 해내는 힘은 얼마나 될까? 나는 지금 이 공부를 진짜 하려는 마음이 있는가?


내가 근무하던 중학교 아이들은 35명 중 35명이 1개 이상의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영어와 수학 학원이 제일 많고 국어 학원도 요즘은 기본 옵션이다. 학원에서 집에 오는 시간이 빠르면 8시, 늦으면 10시이다. 그때서야 씻고 간식 먹고 학교 숙제나 수행 평가 준비하다가 밤 12시, 1시가 되어 핸드폰 붙잡고 쉬다 보니 하루에 몇 시간 못 자고 등교해서 다들 눈이 풀려 있었다. 그 아이들이 다 공부를 잘하는가? 그 아이들의 성적이 다 좋은가? 그럴 리가. 심지어 내가 기본 개념이나 지식에 대해 물을 때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매일 공부를 하고, 공부에 시달리는데 왜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걸까? 왜 자신이 기대하는 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는 걸까?


반드시 이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대답해야 한다. 공부가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고 있다면 효율이 오를 리가 없다.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잘 안 나온다면 자신의 공부 습관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공부를 하기 전에 제일 중요한 것은 공부에 대한 자신의 마음과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리고 거창한 목표를 세우는 게 아니라 기꺼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만의 공부 방법을 찾기 위한 작은 계획을 세워 보는 게 필요하다.


나는 이번 겨울 방학에 아이가 지난 초등학교 2학년 수학을 제대로 복습할 시간을 갖기 원했다. 학기 중에는 전혀 아이 학습을 챙기지 못했고, 학교의 교육 과정은 제대로 따라가야겠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소 엄마와 함께 문제집 푸는 걸 좋아하는 아이라, 당연히 잘할 줄 알았는데 아이는 수학 따위는 하기 싫단다. 방학 특강으로 수영 배우고 피아노 바이엘 치고 종이 접고 클레이 만들고 슬라임 만지고 공기놀이 연습하고 그러고도 놀 시간이 부족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학교 갈 때는 일어나기 싫어서 끝까지 버티더니 방학이 되고 나서는 아침 알람을 맞추고 제깍제깍 일어난다. 역시 인간은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쏟나 보다. 엄마인 나의 마음은 내심 초조해진다. 지금 안 하면 3학년 때 구멍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그런데 애는 당연히 안 심각하고 아주 행복하다. 그래, 니가 3학년 돼서 자존심도 좀 구기고 못 따라가면 그때 도움을 요청하겠지. 놀거라. 대신 엄마도 다 생각이 있다. 조만간 아이를 꼬드겨 서점에 데려가 새 문제집을 사주며 우와우와 호들갑을 떨 예정이다. 나는 매일 아이에게 눈을 부라리며 문제집을 풀게 하는 대신, 조금 기다리는 쪽을 선택했다. 이 선택의 결과는? 내 기다림이 헛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 공부에 대한 당신의 진심은 무엇인가? 공부를 꼭 해야 하고, 잘하고 싶다면 앞으로의 글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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