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실패하라

-실패를 통해 자신의 공부 방법 찾기

by 난화

이 세상에는 인생에 도움 되는 명언과 지혜와 지식이 공기만큼이나 빼곡하다. 내가 살아보니 이렇더라, 저렇더라, 이거 해라, 하지 마라, 20대에 해야 할 일, 30대에 해야 할 일, 은퇴 후에 해야 할 일... 책에도 나오고, 블로그에도 나오고, 유튜브에도 나오고, 우리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도 말씀하시는 무수한 삶의 방법들이 있다 해도,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오늘도 잘 모른다.


인간은 불확실성 속에서 불안하게 살아가는 존재이다. 인류가 무수히 겪어 온 시행착오를 나도 겪고, 하면 안 되는 일을 하면서 후회하고, 꼭 했어야 하는 일에 대한 미련으로 아쉬워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라는 존재는 온 우주에 유일무이하며, 내가 걸어가는 이 엉성한 인생의 길도 단 한 번뿐인 리미티드 에디션의 가치 있는 삶이라는 점이다. 정답이 있는 삶을 찾아 내려 애쓰기보다는 나에게 잘 어울리는 삶을 살겠다는 여유를 가지면 좋겠다.


공부도 이와 비슷하다. 세상에 다양한 공부 방법은 널렸지만, 나는 나에게 맞는 공부를 찾아야 한다.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공부의 내용을 찾고, 잘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그러는 사이에 공부가 나를 성장시키고 내가 원하는 것을 성취하게 만드는 자연스러운 공부라면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은가?


오늘부터 제대로 공부하겠다고 책상에 앉았는데, 집중도 잘 안되고 이 방법이 잘 맞는지 모르겠다면 바로 그 실패 같은 공부 경험 속에서 작은 성공을 발견하면 좋겠다. 가령 영어 단어를 외우는데 10번, 20번을 쓰면 외워질 줄 알고 열심히 따라 그렸지만 정작 단어장을 덮고 나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머리가 나쁘구나 주저앉지 말고 외우는 방식의 변화를 줘야 한다. 알파벳을 랩으로 만들어 외우든지, 영어 강사가 되어 자신이 단어를 소개해 본다든지,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패셔니스타라고 응애하고 태어날 때부터 배냇저고리의 디자인을 고르는 천재성을 보여주지 않는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서 유독 옷, 가방, 신발, 모자, 선글라스가 마음에 들어오게 되고, 남들은 어떻게 입는지 주의 깊게 살피고, 엄마 옷장이랑 아빠 옷장이랑 언니 옷장을 몰래 뒤져 이래 저래 입어보고, 용돈을 모아 자기 옷을 사기도 하고, 패션 잡지를 뒤적거리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옷차림을 만들어 가게 된다. '시간'이라는 과정을 거쳐 미숙하고 불안한 선택들을 지나야 자신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학창 시절 내내 '수학'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 부딪쳐야 했다. 국어는 성적이 늘 잘 나오고, 사회나 역사는 외우면 되고, 과학은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는데 수학만큼은 주야장천 못했다. 못하니까 하기 싫고, 하기 싫으니까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 살았다. 수학에서 내가 좋아하고 잘 한 부분은 오직 '연산'뿐이었다. 그 와중에도 '나무가 몇 그루가 있고, 간격이 얼마입니다..어쩌구..' 식의 문장형 문제가 나오면 또 못 풀었다. 도형, 함수, 통계 등 그림까지 나오면 그냥 아프리카어와 다를 바 없는 미지의 영역일 뿐이었다.


나는 학원이나 과외 등 학원의 도움을 받을 형편이 못 되었다. 그래서 쉬는 시간마다 학교 선생님을 찾아가 모르는 문제를 묻기도 했다. 그런데 그 설명도 알아들을 수가 없고, 찾아가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맨날 갈 수는 없었다. 고등학생이 되어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데, 국어가 100점이어도 수학은 40점, 50점이니 내신에서 상위권을 유지할 수가 없고 수능 정시로도 원하는 대학에 갈 수가 없었다. 수학의 정석 '집합과 명제'만 새카맣게 풀다가 고3이 되고 말았다.


나는 수학이 싫었고, 잘 못했지만 포기는 안 했다. 수학을 포기하면 내 꿈에 다가갈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당시 나도 남들이 다 푸는 '수학의 정석', '개념 원리' 등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책은 수포자인 나의 수준에 맞지 않았다. 고3을 앞두고, 나는 내가 실질적으로 성취 가능한 수학 점수가 몇 점일까 생각했다. 적어도 범위가 정해져 있는 내신 시험은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문과여도 공통수학, 수학 1까지 배우던 시절이었다. 집합과 명제, 유리식과 무리식, 다항식, 지수, 로그, 함수, 지수로그함수, 삼각 함수, 행렬, 수열, 극한, 다항식, 확률, 통계 등 꽤나 깊이 있는 공부가 필요했다.


우선 나는 수학 교과서만 공부했다. 교과서 해설 자습서를 사서 이해가 될 때까지 풀이를 읽고, 해설서 없이 문제를 풀어보고, 제대로 이해가 된 것 같으면 유사 문제를 풀어 나갔다. 내신 시험은 교과서 중심이고, 숫자만 바꿔 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었다. 고3 첫 중간고사부터 바로 결과가 나와 곧바로 최상위권에 안착할 수 있었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사립 인문계 학교이고 그 지역의 우수한 아이들이 모이는 곳이었으니까 나의 향상은 엄청난 의미가 있었다. (사실 이런 학교인지 모르고 나는 교복이 예뻐서 지원했다.) 수능 시험을 위해서는 수학의 정석 '기본 문제'와 시중 문제집 중에 가장 쉬운 문제집 한 권을 골라서 1년 동안 반복해 풀었다. 최고난도 문제는 포기하고 남들이 맞는 문제라도 다 맞기로 했다. 평소 수학 모의고사 80점 만점에 30점대를 맞던 내가 수능 시험에서는 60점대 후반을 맞았으니 이 방법은 나에게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남들이 다 푸는 문제집을 사서 풀어보겠다고 붙들고 씨름했던 시간들, 수학을 잘하고 싶어서 속앓이를 하던 그 시간들이 모여 나에게 잘 맞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본다. 지금 당신을 괴롭게 하는 그 공부는 실패가 아니다. 그 실패 속에서 무엇을 버리고 취할지 진지하게 선택해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공부인이 되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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