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실전 공부 3

- 중등 임용고시 준비

by 난화

나는 2015년 1월에 결혼식을 올리고, 시가에서 설을 보내고 와서 3월부터 중등 임용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임용고시 1차 시험은 12월 첫째 주였다. 나는 약 9개월 동안의 수험 생활을 보내고 1, 2차 시험에 합격해 2016년도에 곧바로 신규 발령을 받았다. 결과가 좋다고 해서 내가 다른 수험생보다 탁월한 인간은 절대 아니었다. 2차 시험까지 치르고 나오면서, 여기에 있는 사람 중 누가 붙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다 준비된 사람들이었다.


진인사대천명: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서 하늘의 뜻을 기다림


나는 합격 수준에 이를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 해의 출제 문제가 초수생인 나에게 유리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진인사대천명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던 해였다.


임용고시의 시험 범위는 대학에서 배운 전공과목 전체라고 볼 수 있다. 교육학과에 입학해 국어를 복수 전공했지만, 내내 대학 부적응자로 지냈던 나는 머리에 남은 게 없었다. 1, 2학년 때는 학교에 잘 안 갔고, 3학년 때는 후배들에게 부끄러운 선배였고, 4학년 때는 밖으로만 돌다가 졸업했다. 대학 4학년 때 교생 실습을 다녀와서 나는 학교 선생이 되겠다는 꿈을 완전히 접었다. 아이들은 너무 예뻤지만, 교단 뒤에서 교사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목격하고 나니 교직에 대한 정이 뚝 떨어졌다.


교사에 대한 꿈은 접었지만, 학원 강사로 몇 년 일하고, 기간제 교사로 학교에서 1년 반 근무했다. 돈은 벌어야 하는데, 다른 재주는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34살 뒤늦은 나이에 교사가 되겠다며 임용고시를 준비할 때, 나의 현장 경험은 분명 도움이 되었다. 2차 시험의 수업 실연 같은 경우는 만점에서 0.5점만 감점되었기 때문이다.


나이 먹고 공부하면 좋은 점이 꽤 많다. 일단 이 공부를 하느냐 마느냐 쓸데없는 고민을 안 한다. 이미 사회에서 산전수전을 겪고 난 이후니까 도서관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는 게 완전히 꿀이다. 사람 상대할 필요도 없고, 돈도 안 벌어도 되고, 공부만 하면 되니까 만족도가 높다. 그동안의 공부 경험과 사회생활의 경험이 있어서 어휘나 문장에 대한 이해력도 높고, 더욱 노련하게 공부할 수 있다. 머리 좀 안 돌아가는 건 시간을 더 투자하면 된다.


결혼식 올리고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임용고시 과목이 뭐가 있는지 검색했다. 그때까지 나는 시험 과목도 모르고 있었다. 1차 시험은 교육학(20점)과 전공과목(80점)으로 나뉜다는 것을 알았다. 2차 시험이 수업 실연, 수업 나눔, 집단토의, 개별면접 등 네 가지나 있는 걸 보고 떨어트리려고 작정하고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합격 수기 읽으며 큰 그림 그리기


나는 일단 제일 유명한 임용고시 카페에 가입했다. 낯선 시험이니까 정보가 필요했다. 임용고시는 출제 경향을 얘측하기 어려운 시험이다. 내가 시험을 치른 해에도 2차 시험이 새롭게 개편된 상황이어서 예전의 데이터만으로는 준비하기 어려웠다. 나는 합격수기 게시판을 꼼꼼하게 읽으며 수험생들의 공부 방법과 내용, 학원 및 교재, 영역별 인기 강사, 시간 활용 등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그중에서 나에게 잘 맞는 것만 뽑아서 학습 계획을 세웠다.


공부 루틴 만들기


나의 공부 방법은 수능 시험 준비할 때와 똑같았다. 내가 공부해야 할 전체 범위를 날짜로 나누어, 매일 정량 공부를 해나가는 방식이었다. 단, 범위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임용고시 학원 강사의 교재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제 막 결혼한 새댁이었고, 돈도 없었기 때문에 전년도 강의 50% 할인 수업을 결제해서 들었다. 노량진 직강은 거리도 멀고 비싸서 바로 포기했다. 나에게는 시간 확보가 더 중요했다. 매일 나와 신랑의 도시락도 싸고, 퇴근 후에 신랑과 저녁도 같이 먹었다. 공부를 마치면 근처 공원을 뛰면서 체력 관리를 했다. 그 와중에 잠도 7시간씩 꼬박꼬박 자야 했다.


초수생의 유리한 점은, 모든 게 처음 공부하는 거라 질리지 않고 꼼꼼하게 내용을 흡수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아는 게 없으니까 교육학 1장의 기초부터 차근차근해나가야 했다. 교육학과 전공 강의 진도에 맞추어서 매일 복습했는데, 강의를 들으며 나만의 필기 노트를 따로 만들었다. 나의 것으로 구조화하기 위해서였다. 교육학과 전공의 기출문제는 매일 풀었다. 하루 공부를 마치면 백지법으로 내가 공부한 내용 전체를 인출하려고 했다. 공부량이 워낙 많아서 두 번 복습할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았다. 무조건 그날 내 것을 만들어야 했다.


아침 식사 - 집에서 인강 듣기 - 도서관에서 오전 공부 - 도서관에서 도시락 까먹기 - 오후 공부 - 집에 와 신랑이랑 저녁 먹기 - 도서관에서 저녁 공부- 공원에서 달리기 - 백지법으로 공부 마무리


뒤늦게 결심한 공부라서 그런지 매일매일의 루틴이 지겹지 않았다. 1차 시험을 마치고 나오면서 망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었다. 교육학은 단 1문제 논술형인데, 기존에 출제된 문제와 아주 유사했고, 기본적인 내용을 묻는 것이었다. 전공은 일단 제시된 빈칸에 딱 맞게 채우자는 심정이었다. 나 빼고 다 쉬울 것 같은 시험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기본적인 문제라 초수생에게 훨씬 유리했던 걸까? 나는 평균점을 훨씬 웃도는 점수로 합격할 수 있었다.


2차 시험 준비 - 스터디 그룹 만들기


2016년도 임용고시 2차 시험은 처음 도입되는 방식이라 모든 수험생들에게 부담이었다. 그 말은 초수생인 나도 해볼 만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1차 시험을 마치고 좌절해 있다가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에 임용고시 카페에서 함께 스터디할 사람들을 모집했다. 나는 장소 섭외가 가능했고, 2차 시험 준비에 대한 큰 그림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직접 사람들을 모았다. 나까지 총 4명이었고, 감사하게 우리 중 3명이 최종 합격했다.


2차 시험의 4가지 모든 영역의 공부를 동시에 진행했고, 다음 카페를 만들어 자료를 공유하고 각자 준비해 와서 주 3회 모였다. 다른 팀들은 그동안 관습적으로 해오던 수업 지도안 짜기를 많이 했는데, 나는 수업 실연을 위해서는 실제 수업 대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처음 등장부터 끝인사까지 연기 대본처럼 짜서 강의를 연습했고, 참관록을 만들어 그 자리에서 피드백을 했다. 곧바로 피드백을 반영해 재실연 함으로써 완전히 체득할 수 있도록 했었다.


경기도 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경기 교육의 이해 키워드를 찾아 토의 및 면접을 준비했다. 최대한 실제 상황과 똑같이 하기 위해 면접관 3명 역할을 맡아 질문을 던지고 응답하는 연습을 했다. 예상 밖 질문이 나왔을 때의 대처까지도 말이다. 면접에 나올만한 웬만한 이슈들은 다 다루었지만, 당연히 시험에는 똑같이 안 나왔다.


가치관 및 교육관 정립하기


나는 2차 시험을 치르면서, 결국 나라는 사람의 인생 자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시험장에 들어서니 연습한 대로가 아닌 나의 경험, 가치, 지향성 등이 담긴 수업을 하게 되었다. 나는 평소 '소통'하는 수업을 바라고 있었다. 나의 수업 기술은 학생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학생의 경험을 이끌어 내어 수업에 집중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는데, 이것이 당시 경기 교육의 지향과 맞아 좋은 점수를 받았던 것 같다.


임용고시는 재수, 삼수, 사수, 오수까지도 흔하다. 1년에 단 한번 치르는 시험이고, 매 년 다른 경향의 문제가 출제되니 예측도 어렵다. 그러나 교사가 되고자 하는 공부는 단지 책에 있는 글자를 익히는 과정은 아니라는 게 의미가 있다. 학교에 대한, 교사에 대한, 학생에 대한, 교육에 대한 자신의 가치와 관점을 단단하게 세워나가는 과정이고, 자신만의 답을 갖고 있을 때 훨씬 유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임용고시 합격은 감히 '내가 이렇게 공부해서 합격했어요!'라고 절대 말할 수 없다. 내가 한 것은 시험 범위의 모든 영역에 대한 준비를 했다는 것이다. 마침 단 1문제가 출제되는 교육학 영역에서 내가 공부한 부분이 나왔고, 전공 시험 문제에서 빈칸으로 낸 것은 없었고, 2차 시험 영역이 처음 도입되는 상황이라 초수생인 나도 불리하지 않았으니까 가능했던 일이었다. 신혼이라 늘 즐거운 텐션이었던 것도 어쩌면(?) 도움이 되었을까.


요즘같이 척박한 교육 환경에도 교사라는 꿈을 위해 공부하는 모든 수험생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