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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i May 30. 2016

엄마, 난 즐겁게 잘 살고 있어요.

내 즐거움과 결혼 가능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찰(?)

엄마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다가, 나의 주말 계획에 대해 얘기를 했더랬다.


"내일 회사 선배님들이랑 자전거 타러 나갈꺼야."
"으이그.... 옷도 샀나."
"응, 퇴근하는 길에 사가지고 왔어. 위아래 다 사고 장갑도 샀어!"
"에휴.... 참 자알 쓰고 다닌다. 결혼도 안 하고... 쯧쯧... 결혼은 언제 하려고...."


읭? 엄마의 갑작스런 공격에 할 말을 잃을뻔했지만 나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응수했다. 결혼은 무슨, 난 결혼 안할거라고 누누히 말했잖아요. 결혼해서 뭐해. 지금 남자도 없을뿐만 아니라 결혼해서 좋을게 없는데 블라블라블라. 


엄마는, 사람이 태어났으면 결혼도 해보고 애도 낳고 그래야지 어쩌구.... 그대학가고 그랬으면 결혼도 잘 해야지 저쩌구.... 결혼을 하면 니가 엄마아빠 먹여살릴꺼냐, 네가 결혼하면 엄마아빠가 좀 도와줄텐데 쯔쯔... 엄마의 언제나 똑같은 신세한탄(?)에 나 역시 굴하지 않고 똑같이 맞받아쳤다. 그래 니 맘대로 잘 먹고 잘 살아라, 라고 또 언제나와 같이 통화가 끝이 났다. 


나는 통화가 끝나서도 왠지 억울하고 남은 화가 있어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어쩌고저쩌고 그랬는데 "왜 내가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거죠..." 그러자 열 명 넘는 사람들의 좋아요를 받았고, 그 중 한 친구는 댓글도 남겨 주었다. 


우리 엄마도 ㅋㅋㅋ 아이고 니가 그렇게 재밌고 잘 지내고 있어서 시집갈 생각이 안 드는구나 라고 하면서... 내가 재밌게 잘 사는 현실을 통탄스러워했어.


그래 그거였나?! 내가 너무 즐겁게 혼자서 잘 살고 있어서 결혼생각을 안하는거라고 내 엄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거보다. 어째서죠. 즐겁게 잘 살면 되는거지, 결혼을 꼭 생각을 해야하는 건가요. 혼자서도 즐겁게 재미있게 잘 살면 되는거 아닌가요??


정말 좋은 사람을 사랑하게 되어 함께 같이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결혼을 생각할수도 있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적령기를 맞이한 (혹은 한참 지난?) 사람이 결혼에 대한 마음 없이 즐겁게 산다는데, 왜 엄마는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는 것일까. 결혼이 만약 혼자 사는 것보다 즐겁지 않다는 계산이 있다면 난 결혼하지 않을 생각인데, 그 생각은 잘못된 것일까. 엄마는 결혼이란 응당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보지만, 나는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최근에 혼자인채로, 솔로인채로 해피하게 사는 것이 더 낫겠다는 굳은 믿음이 생기고나서 "어떻게 해피해질 것인가"에 대해 내 나름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중이다.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혼자였기 때문에 크게 변화를 추구할 것도 없이 이대로 조금만 더 해피해지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결혼한 상태가 더 행복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 그에 대해 알 수 없는 상태인 것. 


엄마는 장담하는 것일까. 결혼을 하면 내가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진짜로 그런 것일까. 혹은 엄마는 정말 엄마의 결혼이 행복했을까. 솔직히 엄마가 내가 털어놓는 많은 이야기는 결혼해서 시집살이에 고부갈등에 여러가지 케어링을 전담하면서 고생했던 것밖에 기억이 안 나는데. 그런 이야기는 세대가 바뀌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아니면, 엄마의 혼자였던 그 시간은 결혼 이후에 그렇게도 고생했던 그 시간보다 더 처참했던 것일까. 


그랬을지도 모른다. 엄마에겐 생산수단 같은 것은 없었고, 경제권 같은 것도 누릴 기반이 없었고 그러니 본인의 행복을 추구할 방도도 없었을테니까. 항상 누군가를 케어해야만 했던 그런 엄마였으니. (심지어 엄마가 되기 이전에도.) 지금의 나는 그 시절의 엄마와 달리 독립적이고 경제력도 있고 돈을 벌 수 있는 기반이 있어서 내 즐거움을 스스로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 어찌보면, 이런 나니까 결혼을 해서도 더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것인지, 또 어찌보면, 지금의 나를 엄마는 부러워하는 것인지... 또 혼자 감히 상상을 해보았다. 


내가 엄마의 바람처럼 결혼이란걸 하려면, 일단 좋은 남자와 서로 사랑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되어야 한다는 대전제를 제외하고나서라도, 나의 상태가 결혼후에 예상되는 상태보다도 불행해야 한다. 뭔가 부족해야하고, 심심해야하고...... 불행해야 결혼한다,는 뭔가 만족스럽지 않은 결론이 내려졌다. 


엄마는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 이 모습으로 만족해줄수는 없을까. 응당 인간이라면, 여자로 태어났다면 이렇게 살아야지라는 고지식한 편견과 사고방식을 지워달라는 것은 엄마에게 너무 큰 무리인 것일까. 그냥 내가 취미생활 열심히 하며 재미있어하고 내가 내 행복을 소소히 가꾸어나가는 모습을 보며 엄마도 행복해했으면 좋겠다. 결혼 여부를 떠나서, 내가 생각이 확 바뀌어서 결혼을 하더라도 그냥 내 스스로가 만족에 가까운 상태라면 엄마도 만족해주었으면 한다. 아마도 당분간은 그저 "싫어! 결혼 싫어! 남자도 없는데 무슨! 혼자 잘 산다고!"라고 윽박지르듯 항변을 하겠지만. 


과연, 이런 나를 엄마는 언젠가 이해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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