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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라라 Nov 19. 2019

부부란 게 뭔지

                                                                                                                                                                                                                                                                                                                                                                                                                                                           

며칠 전 20개월 둘째가 고열로 입원했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 경기를 일으켜 입원 치료 중 내가 병원에서 아이를 보고 남편이 첫째와 잠시 병원에 왔다.


그 틈에 나도 잠깐 씻고 첫째와 바깥 밥을 먹고 오겠다니 남편이  "그럼 나는?" 한다. 자기는 이미 몇 끼째 사 먹으면서.

나는 아이용으로 나오는 병원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중이었는데(애가 밥을 잘 안 먹어서)  

안 그래도 맛없는 병원 밥, 아이용이라 김치도 없으니 먹는 게 힘들었다.

남편이 자기가 큰애와 나가서 먹을 테니 나더러 아이 밥을 먹으란다.

내가 그럼 번갈아 나가서 먹자고 하니 그것도 싫단다. 짠돌이가 병원밥 버리는 게 아까운 거지.


밥 한 끼가 뭔지.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났다. 친정엄마는 계속 톡으로 병간호하는 사람이 힘들다고.

네가 밥 잘 챙겨 먹어라 걱정하시는데. 그때마다 나는 걱정 마시라고. 집보다 더 잘 먹는다고. 여기 밥 맛있다고 했는데.


나랑 둘이 있었을 때 경기하며 눈 뒤집어지는 아이.

양말은커녕 신발도 못 신기고 잠바만 입히고 핸드백 들고 기저귀 세 개 손에 들고 아기 들쳐 안고 뛰쳐나오면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고 작은 손 혈관을 못 찾아 몇 번 찌르다 발에 링거 꽂을 때도 마음은 찢어졌지만 입 앙다물고 버텼다. 보채는 아이 계속 안아주고 얼래고, 병상에서 같이 다리도 못 펴고 쪽잠 들었다가 간호사가 올 때마다 깨는 것도 괜찮았다.


그런데 고작 밥 한 끼에 눈물이 났다.

내 눈물에 남편은 갈 때까지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큰애와 내가 나가서 순두부찌개를 먹고 오니 남편이 병원밥을 먹고 있었다. 그러고는 작은 애한테 "덕분에 한 끼 잘 먹었다" 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틀 후,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짐도 정리하기 전에 남편이 얼른 씻고 쉬라 보챈다.

알았다 하고 짐을 풀고 개운한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도 몸이 천근만근이다.

머리를 말리지 않아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나를 보더니 남편이 내 손을 잡아끌어 의자에 앉힌다.

그러고는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려준다. 속도 모르는 큰애가 보더니 "아빠, 미용실 같아"  한다.

가만 보니 설거지도 잘해 놨고 빨래도 매일 돌려 밀리지 않았다. 제자리에 잘 개 놓기까지 했다.

머리가 반쯤 말라 갈 때쯤, 내 마음도 노골노골해졌다.

모친 병간호 많이 해 본 내 남편, 병원 밥이 진짜 싫었나 싶기도 하고.



갑자기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이해하고 싶어 지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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