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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단감

단감 한 조각에서 다시 만난 아빠 (그림 : 챗 gpt)

by Rani Ko


단감 한 봉지에 담긴 그리움


작은 아이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스포츠센터에 수영강습 받으러 가는 걸 데려다줬다.

1시간쯤 자유 시간이 주어져서 차나 한잔 마실까 싶어 커피숍으로 향하는 길에 노점상 아저씨가 과일을 파는 거다.

종류가 많지는 않았다. 단감, 귤, 사과 정도.

집에 사과랑 귤이 이미 있어서 그냥 지나치려다 단감이 눈에 계속 밟혔다.

알이 너무 크고 약간 푸르뎅뎅한 빛이 감돌아서 덜 익었나 싶었다.


그래서 먹고 싶기도 했지만 과일 맛없는 걸 사면 버리지도, 그렇다고 먹지도 못할 애매한 상황이 되니 그냥 말자 했는데

아저씨가 맛보라며 친절히 한 조각 잘라 주신다.

얼결에 받아먹었는데 웬걸. 생각보다 감이 달고 맛있었다.

인심 후한 아저씨가 양도 넉넉히 담아서 1만 원이라 하시길래 결국 사고야 말았다.


예전 같으면 단감 무슨 맛으로 먹냐며 달달한 반시나 몇 개 먹고 말았을 텐데,

언젠가부터 단감이 그리 맛있다.


입맛이 점점 아빠를 닮아가나 보다.

어릴 적, 내가 서울로 유학 오기 전까지 아빠랑 함께 살았던 시절에

후식으로 단감이 나오면 입에도 대지 않고 귤이나 1~2개 까먹었는데 이런 나와 다르게 아빠는 단감을 참 좋아하셨다.


“아빠, 이걸 대체 무슨 맛으로 먹어요?”

물으면 허허 웃으시며 “달고 맛있잖아.”

라고 하셨던 모습이 잔상처럼 맺혀 있다.


아빠 곁을 떠나 서울로 올라오고는 결국 다시 내려가지 못한 채

여기서 직장을 잡고 결혼을 하게 됐다.

손주들 보러 가끔 서울 딸내미 집에 오셨는데

그때 단감을 내어드리면 그렇게 맛있게 잡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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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차 현직 초등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 글쓰기를 통해 또 한 번의 성장을 꿈꿉니다. 교육대학교 졸업 및 동 대학원 수료. 2025 브런치 "작가의 꿈 100인"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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