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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사이에 피어난 글 한 송이

'작가의 꿈 100인 전' 이후 내 안의 변화에 대하여

by Rani Ko
도시의 건물 사이에서 평범한 하루를 보낸 나는 오늘도 글 한 송이를 피워낸다.



브런치 ‘작가의 꿈 100인 전’ 이후 내 안에 작은 변화가 일었다. 그건 바로 **다른 작가님들과의 ‘소통’**이었다.


그동안 나는 혼자 글을 쓰고, 혼자 수정하고, 혼자 올려왔다. 마치 좁은 방 안에서 나만의 온도로 이야기를 빚어내는 듯했다. 그런데 전시를 통해 만난 작가님들의 글을 찬찬히 읽으며 ‘아, 글로 마음을 주고받는 일이 이런 거구나.’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브런치에는 이미 작가로서의 실력과 세계관이 단단한 분들이 너무나 많다. 그분들의 작품을 읽으며 내 부족함을 마주하게 되고, 그만큼 더 배우고 싶어진다. 결국 글로 소통한다는 건, 서로의 삶을 경청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요즘 나는 나 스스로에게 한 가지 약속을 지키려 한다.

‘주 3회 글 올리기.’
이 단순한 다짐을 꾸준히 실천하기까지 6개월은 걸렸다.


하지만 이제는 그 약속을 꼭 지켜내려 한다. 그건 내 글을 읽는 구독자님들께 드리는 최소한의 예의이자, 나 자신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료 구독자인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벅차다. 부족한 내 글을 자비를 들여 읽어주신다는 건 그 자체로 큰 응원이고 격려이기 때문이다.


구독자님들 덕분에, 나는 여전히 매주 글을 쓰고 있다. 누군가 내 글을 기다려주고, 댓글 한 줄로 마음을 건네주며, ‘오늘도 잘 읽었어요.’라고 남겨주는 그 순간—

그건 작가로서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마법 같은 시간이다.


이제 나는 안다. 글쓰기란 혼자의 고요 속에서 피어나는 일이지만, 그 향기는 결국 ‘함께 읽는 이들’이 완성시킨다는 것을.




요즘 내가 자주 듣는 노래가 있다.
바로 밴드 **데이식스(DAY6)**의 영케이가 부른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다. 도시의 콘크리트 틈새,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누군가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꿋꿋이 피어난 한 송이의 장미.

영케이는 그 장미를 통해 사람의 존엄, 존재의 의미, 그리고 묵묵한 강인함을 노래한다.


“차가운 도시의 바람 속에 / 작게 피어난 장미 한 송이 /
아무도 관심 없지만 / 나에겐 너무도 눈부신 너…”

이 첫 구절만 들어도 그가 노래하는 장미가 단순한 꽃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 견디며 피어난 한 사람의 이야기라는 걸 느낄 수 있다. 노래의 후반부로 갈수록 ‘시들지 말라, 부서지지 말라’는 듯한 응원이 이어진다. 도시에 묻혀 사는 수많은 평범한 존재들에게 그는 “당신은 이미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건넨다.

가사를 천천히 음미하다 보면 그 노래가 어느새 내 글쓰기의 자세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그저 매일의 자리에서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는 일.
그게 바로 내 안의 문장을 피워내는 단초가 된다.


작사가 영케이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프로 작사가란 언제, 어디서, 어떤 장면을 봐도 옆 사람이 툭 치면 좌르르 곡이 나와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의 말은 단순히 음악에 대한 것이 아니라 창작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철학처럼 들렸다. 그가 말한 '좌르르 나오는 순간'은 단순히 영감의 폭발이 아니라 매일 꾸준히 마음을 다해 쌓아온 문장의 힘, 성실함의 결과라고 나는 생각한다.


데이식스라는 그룹 자체가 그렇다. 그들은 데뷔 이후 거의 해마다 앨범을 발표하고, 완성도 높은 자작곡으로 채워 넣는다. 월드투어와 국내 콘서트, 팬들과의 소통까지도 늘 진심을 다한다. 그저 '잘하는 가수'가 아니라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그들의 음악을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내 글쓰기를 돌아보게 되고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나도 글로 내 삶의 장미 한 송이를 피워낼 수 있을까?"


작가도 결국 똑같다. 특별한 날에만 써서는 단단해질 수 없다. 평범한 하루 속에서도, 도시의 높은 빌딩 사이에서도, 아이의 웃음소리와 식탁 위 커피잔에서도 글의 단초는 피어난다.


매일 마음을 열어 두고 삶의 장면마다 감각의 안테나를 세워두는 일. 그렇게 일상의 단초들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 결국 세상에 나의 생각과 내 목소리를 건넬 수 있지 않을까.


나도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결말은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오늘의 나는 아직 미완의 장미이지만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속에 피어날 글 한 송이를 꿈꾸며 조용히, 묵묵히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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