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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꿈을 쓰다

브런치10주년전시_작가의꿈_100인

by Rani Ko


진심일필(眞心一筆), 마음으로 쓴 문장들




토요일 저녁, 어스름한 빛이 서울 하늘을 물들이던 시간.

남편이 출근이라 윤이와 준이를 데리고 서촌으로 향했다.

버스를 갈아타며 1시간쯤 달려 도착한 곳은, 오래된 골목 사이 숨겨진 듯 자리한 브런치 10주년 전시 〈작가의 꿈〉.

제목만 보아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입구에서부터 반겨주는 스태프들의 미소,

그리고 내게 “작가님 오셨습니다”라고 인사해주던 그 한마디.

순간, 울컥했다.

목에 걸린 VIP 신분증이 낯설게 반짝였고, 괜히 어깨가 으쓱했다.

“그래, 나도 이제 ‘작가’라 불리는 사람이구나.”

그 한순간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 1층, ‘꿈의 승강장’과 '내면의 방'에서


전시의 시작은 ‘꿈의 승강장’이었다.

조명이 은은하게 깔린 복도를 따라 걷다 보면

그동안 브런치가 걸어온 10년의 시간과

수많은 작가들의 문장이 빛처럼 흩뿌려져 있었다.


“두려움을 마주하는 순간, 꿈의 첫 문장이 시작됩니다.”

내면의 방 벽면에 걸린 그 한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나는 그 문장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교사이자 엄마로, 그리고 작가로 살고 있는 지금의 나를

그대로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서 있으니,

마치 내가 다시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던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때의 떨림, 설렘, 두려움이 모두 뒤섞여

가슴이 먹먹해졌다.





♡ 2층, ‘작가의 꿈 100인전’


아이들과 함께여서 조용히 감상하긴 어려웠지만,

그 모든 순간조차도 내겐 ‘작가로서의 일상’ 같았다.

2층 전시 공간에는 〈작가의 꿈 100인〉 코너가 있었다. 그곳에서 내 글을 마주했을 때의 그 벅참은 잊을 수 없다.


다른 작가들의 글도 찬찬히 읽고 싶었지만

윤이와 준이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온전히 머물 수는 없었다.

그래도 잠시 눈길이 닿은 소리글 작가님의 작품이 오래 남았다. 한 줄 한 줄에 진심이 배어 있었고, 글의 깊이가 느껴졌다. 내 글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과 그러나 그 부족함이 또 다른 시작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분의 브런치를 구독 신청했다. 브런치 전시로 새로운 작가님을 알게되고 영감을 받게 되는 순간이었다.


미친 PD님의 VVIP 코너도 흥미로웠다. 엘지 트윈스 야구점퍼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와, 나도 팬인데!” 하고 속으로 외쳤다.


브런치라는 이름 아래 이렇게 다양한 세계가 공존한다는 게 새삼 놀라웠다.





♡ 3층, ‘작가의 브런치’에서


3층에는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 코너가 있었다.

준이는 조심스레 연필을 잡고

‘오늘 본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써서 벽에 붙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래, 글을 쓴다는 건 이렇게 마음을 나누는 일이구나.”

아이들에게도 글의 힘을 느끼게 해줄 수 있어

참 행복했다.

첫째 윤이의 응원에 감사했다





전시장을 다 돌고 나오는 길,나는 다시 한 번 브런치팀의 정성과 노고에 고개를 숙였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건 거창한 일이 아니라

이처럼 진심으로 마련된 무대일지도 모른다.


고맙습니다.

내게 다시 ‘꿈’을 찾아줘서.

잊고 있던 나를 다시 불러내줘서.

40대 중반, 내 인생 한가운데서 ‘나는 여전히 꿈꿀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줘서.


나는 글을 쓸 때 가장 행복하다.

앞으로도,

진심으로,

진실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끝까지, 나의 문장을 써 내려갈 것이다.


하지만 행복하다고 해서 결코 편하게 쓰진 않으려 한다.

매 순간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는 **진심일필(眞心一筆)**의 자세로.

그게 나에게 주어진 길이고 내가 선택한 행복의 모양이니까.


글을 쓴다는 건결국 나 자신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일이다.


오늘도 나는 그 한 문장을 위해, 다시 펜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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