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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의 주인공이 된 아이

내 아이는 나의 기적입니다 25 (그림:챗-gpt)

by Rani Ko

� 놀이치료는 만병통치약


앞에 17-18화에서 언어지연 아동의 말을 트이게 하는 구체적 놀이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그때 다룬 내용들은 일상 속에서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접근이었지만, 사실 ‘놀이’라는 것은 그보다 훨씬 깊고 다층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놀이를 통한 접근법은 언어발달 촉진 이외에도, 발달지연 아이들의 인지, 사회, 정서적 측면을 두루 향상시킬 수 있다. 단순히 말문을 여는 행위가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주는 하나의 통로가 되는 것이다.


준이의 경우 총 세 번의 놀이치료를 시도하였다. 그 세 번의 과정은 마치 한 편의 성장 드라마처럼 이어졌고,그때마다 우리는 다른 색깔의 배움과 깨달음을 얻었다.



1단계. 놀이치료의 첫 시작 (2022년 8월~2023년 7월)


놀이치료의 처음은 6세 여름부터였다. 센터 원장선생님의 추천으로, 경험이 20년 이상인 노련한 놀이치료 선생님 A를 만났다. 6세 때는 지금과 비교해보면 수용 및 표현언어 수준이 낮아 주 2회씩 언어치료를 받고 있을 때였다. 그 시절 준이는 아는 어휘도 적고 지금보다 훨씬 더 수동적인 아이였다. 그런 준이가 그때 만난 선생님과 만 1년여의 놀이치료 수업을 받게 된다. 1단계는 2022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꼬박 1년 동안 이어졌다.


이때 치료의 핵심은 놀이의 양을 늘려주는 것, 즉 ‘경험의 확장’이었다. 첫 번째 치료에서는 준이의 언어와 놀이 경험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경험을 통해 세상과의 접점을 넓혀주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래서 이 시기 우리 가족은 준이의 경험 최대치를 위해 처음으로 카라반 캠핑도 가보고, 주말마다 산으로 바다로 바쁘게 돌아다녔다. 아이의 놀이 치료를 돕기 위해 온 가족이 움직였던 셈이다.


동쪽으로는 여주 하우스농장 체험, 원주 치악산 캠핑장, 대관령 양떼 목장, 평창, 강릉 등 강원도 일대가 우리 가족의 놀이터가 되었고, 서쪽으로는 영종도, 송도, 대부도 등 서해 바다를, 남쪽으로는 용인 놀이공원과 수원 화성까지—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두루 다니며, 자연을 직접 보고 듣고 만지는 모든 시간을 ‘치료의 연장선’이라 여겼다.


집에서는 이런 체험을 바탕으로 준이가 겪은 일들을 말로 표현하고 그림으로 옮기는 활동을 이어갔다.
‘오늘은 어떤 냄새가 났을까?’, ‘누구를 먼저 봤지?’
이런 질문을 던지며 기억을 말로 되살리는 것도 하나의 언어놀이였다.


치료실에서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준이는 처음엔 익숙한 로봇들로 주로 싸움놀이만 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아이의 세계를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싸움놀이 속으로 들어가
“이 로봇은 왜 싸우고 있을까?”
“이긴 로봇은 어떤 기분일까?”

하며 준이의 감정에 조심스레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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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차 현직 초등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 글쓰기를 통해 또 한 번의 성장을 꿈꿉니다. 교육대학교 졸업 및 동 대학원 수료. 2025 브런치 "작가의 꿈 100인"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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