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44반, 몸 66반. 그녀는 어떻게 되었나!
나는 외동딸이다. 애지중지 금이야 옥이야는 아니지만, 먹는 것만큼은 관대했던 집안에서 자랐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정말 몸에 안 좋은 것이었다. 우리 빌라 앞에는 동네 슈퍼가 있었는데, 아직도 그 부부 아줌마 아저씨가 생각난다.
일요일 아침 7시, KBS 만화잔치. 슈퍼에 가서 과자 3봉지를 1,000원치 사고, 아이스크림 통으로 된 투게더를 사 와서 리모컨을 켤때의 그 느낌. 그게 국민학교 5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의 루틴이었다.
치토스, 더브러, 벌집피자가 주된 과자 3인방이었지만 난 슈퍼의 모든 과자들을 도장깨기했다. 그래서 한창 빙고게임을 하던시절에 숫자 빙고 아닌 과자나 아이스크림 빙고로도 해서 1등을 곧잘했다. 그리고 아버지 친구들이 집에 오면 사다 주시는 과자 선물 박스는 인생의 가장 큰 낙이었다. 그렇게 나는 과자와 함께 자랐다. 대학교에 들어서면서 과자보다는 즐길 거리가 많아졌지만, 언제나 과자는 내 친구였다. 마흔 살 중반인 지금까지도 과자는 하루에 한 봉을 지켜나가고 있다.
젖살이 조금 빠져서 20대 후반부터는 살이 빠졌다. 30대 초반에는 내 인생에서 그나마 가장 외모 성수기로, 살도 빠지고 스타일도 좋았다. 웬만한 옷들이 다 잘 어울렸고, 난 그때 생각했다.
'와, 난 이제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구나. 평생 이렇게 살 수 있구나, 너무 좋다!'
모르는 이들은 간혹 내 얼굴만 보고 말했다. "정말 음식 까탈스럽게 먹게 생겼다. 깔짝이면서 복 없이 먹지?" 그 분은 도대체 뭘 보고 그런 말을 했을까? 그런 그분도 나와 몇 번 식사를 하더니, 많이 먹는 날을 보고 "정말 의외다, 깜짝 놀랐다"고 했다. 겉보기에는 여전히 얼굴 작고 몸 가리고 다니니까 그럴 수 있겠다 싶었지만 신기했다. 김밥천국에 가면 친구랑 둘이서 기본 3개를 시켰다. 음식이 남는다 해도 한 번에 다양한 걸 먹는 게 좋았기에 무조건 많이 시키고 봤다.
아무리 밤에 폭식을 하고 바로 누워도 늘 적정체중을 유지했다. 먹는 게 너무 좋고, 또 좋았다. '혹시 회충약을 안 먹어서 그런 건 아닐까?'란 생각이 자주 들 정도로 난 늘 배가 고팠고, 배가 안 고파도 입이 심심했다. 그밖에 또 과일은 매일매일의 주식이었다. 과일을 빼놓고는 삶을 논할 수 없었다. 그렇게 44살까지 강력한 먹습관들이 자리 잡혀왔다. 그러나 이렇게 ‘내 마음대로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니깐 얼마나 다행인가’라고 느꼈던 착각은 36살 이후 완전하게 무너졌다.
결혼 초반, 나뿐만 아니라 10kg이나 늘어난 남편도 본인 스스로 '안 되겠다' 싶었던지 탄단지 요법을 시작했다. 그리고 2달 만에 다시 정상 체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건강을 위해 뺀 살이었는데도 어쩐지 더 피골이 상접해 보였다. 지금의 마른 모습보다는 덩치 있던 예전 느낌이 남자로서 더 멋있어 보였는데 말이다.
결혼 후 부부가 외부 행사를 다닐 때면 사람들이 말했다. "남편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 어디 아픈 거 아냐?"
그런데 그러다 나를 보면 말은 안 해도 표정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혜란이는 살이 또 올랐네?'
그렇게 우리 부부는 다이어트를 의식은 했지만 건강하지 못한 상태였고, 10kg을 뺀 남편에게는 요요현상이 찾아와 결국 원래 몸으로 되돌아갔다.
그즈음 음식의 취향이 너무 잘 맞는 우리 부부는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싸우는 일이 잦았다) 먹고 나면 붓고, 컨디션이 안 좋아지는 무한 굴레를 반복하면서 우리도 모르게 서서히 게을러지고 무기력해졌다.
체력이 떨어지니 별것 아닌 일에도 둘 다 쉽게 신경질을 내고 화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