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44반, 몸 66반 그녀는 어떻게 되었나?
그런데 또 욕심이 났다. 헬스 습관이 무사히 한 달을 잘 지나고 있던 찰나, 회사 앞 수영장이 오픈 특가를 하는 것이었다.
‘와! 이건 정말 하늘의 계시인가?
어쩜 또 다른 환경 설정인가!
역시 나는 행운 천재’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저렴했고, 깔끔한 최신식 수영장에다, 회사 출근길에 위치한 장소였다. 새벽 시간을 이용해서 주 2회. 20대부터 허리디스크를 앓던 나는 늘 의사에서 ‘수영을 배우면 좋다’라고 들었다. 물론 좋을 것은 알았지만, 수영복을 입는 게 당시에는 싫었다. 바다처럼 레쉬가드로 입을 수 없는 상황. 8-9년 전에 사둔 꽃무늬 실내 수영복이 택(tag)도 안 떼고 그대로 장롱 레저용품 모음에 처박혀 있었다.
그렇게 또다시 남편을 꼬셨다. 매주 화/목반인 것도 딱 맘에 들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그래도 금요일과 일요일에는 술을 마셔야 하니 최적의 날짜로 잡은 것이다. 운동시간을 <맘대로 먹고 즐길 수 있는 시간>만은 잘 피해서 신청한 것이라며 스스로를 천재라 여겼다. 작은 것에도 큰 감흥을 느끼고 쓸데없이 자존감이 높았기에 나온 생각에 가까웠다.
아침 수영장의 물 색깔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했다. 아침 7시 수영을 위해 집에서 6시 20분에는 나와야 했다. 초급반 정원이 15명이었는데 5~6명은 가정주부 또는 할머니 어르신이었고, 나머지는 워킹맘으로 추정되었다. 남자는 내 남편만이 청일점이었고, 옆 중급반을 보니 70대 이상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셨다. 수준급의 그 모습에 반했다.
꽃무늬 수영복과 수영모를 착용한 사람, 몸이 물에 뜨지 않는다고 계속 조바심 내는 사람, 숨 잘 참았다고 자랑하는 사람, 남의 수영 보면서 계속해서 품평하는 사람, 마치고 샤워할 때 빛의 속도로 달려가는 사람, 수영할 때는 그렇게 친분 있게 행동하면서, 씻고 드라이하면서 화장할 때는 너무 무감각해서 불과 몇 분 전인데 동일 인물이 맞는 건가?라고 느낀 사람 등등 수영장의 사람들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다양한 삶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수영을 배우다니, 그것도 결혼해서 남편과 함께 배우다니..’ 신기한 마음으로 즐겁게 임했지만 계속해서 지적을 받았다. 발 구르기와 숨쉬기가 어려웠다.
물을 엄청 튀기고 튕기면서 발을 굴렀다. 지금까지 내 나름 개헤엄 방식으로 5m 정도는 갔던 나인데, 뭔가 규칙을 지키면서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다, 수영장 벽 붙잡고 양 고개 돌리면서 ‘음파 음파’를 해줬는데 약간 뻐근함이 돌았다. ‘뭐지?’ 싶었지만 그렇게 마감했다.
다음날 몇 달 전 나의 글쓰기 작가모임에서 마라톤 10km를 신청해서 출전하는 날이었다. 늘 5km만 하다가, 10km는 기록보다 단순히 시도해 보는 차원으로 신청했었다.
와, 10km는 정말 쉽지 않았지만 인생 첫 기록 1시간 10분을 찍었다. 우리 팀에는 하프를 뛴 작가님도 두 분이나 계셔 서서 명함 내밀 정도는 못 되었지만 나 스스로는 뿌듯했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필리핀 물놀이 여행이 잡혀있었다.
이틀이 지나고, 며칠 전 아팠던 목 뻐근함의 상태가 심각해졌다. “도대체 이건 뭐지?”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엑스레이를 찍자고 했지만, 나는 단순 ‘담’이라 생각하며 거절했다. 과거에도 담 걸림이 종종 있었다. 경험이 몇몇몇 있는 일이니 그냥 약만 먹으면 될 것 같았다. 의사는 정말 당황해하셨지만 난 ‘내 병은 내가 안다!’라고 당당했다. 얼마나 기가 차셨을까? 그런데 다음날 되니 더 심해졌다.
MRI를 찍고 결과를 본 의사는 “이러니 아프죠. 목 디스크네요. 담이 아니고요~! 판단은 의사가 합니다.”
(백 년 허리 척추의 신 정선근 교수님)
하지만 다음날 상태는 단순 뻐근함이 아니었다. 어깨, 등, 왼손 저림까지 서서히 나타났고 약간 등에 총 맞은 느낌이 들었다. 의사는 목에 스테로이드 주사로 일단 안정시킬 수 있다 했다. 목 주사? 너무 무서웠지만 순응했고 맞았다. 그런데? 나는 맞으면 바로 좋아질 줄 알았다. 그런데 여전히 아팠다.
“일주일 동안 서서히 나아질 거예요” “그럼 저 여행은 어떡하죠?” “지금 이 상황 응급이에요! 여행을 어떻게 갈 생각을 합니까? 항공사에 소견서 써줄 테니 빨리 제출하세요” 마흔 중반의 여자가 ‘이리 사리분별을 못할 줄이야.’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아, 아파도 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혼자 여행도 아니고 부부 동반 여행이었다. 모든 계획을 짰고, 필요 물품도 다 샀다. 그런데 갑자기 목 디스크라니. 내 몸 아픈 것보다 이 미안한 상황을 전달해야 하는 게 더 싫었다. 그렇게 나는 남에게 약속 번복하기가 싫었다. 융통성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나는 모든 일에 늘 시작이 시끌벅적하다. 창대하다. 끝이 창대해야 할 텐데 시작은 크고 끝은 적고 좁다.
전형적인 ‘용두사미’ 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