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다."
영하 15도의 추운 아침, 빨간 레드카펫과 냄비까지 챙기는 나를 보며 남편이 중얼거렸다. 즉석에서 요리하려고,라고 대답했지만 사실 내 마음은 이미 그곳, 한강뷰가 보이는 공간으로 날아가 있었다.
2025년 12월 29일. 연말을 단 3일 앞둔 날, 불현듯 떠오른 영감으로 시작된 '내나 클럽[내 인생은 나의 것]
스위치온 다이어트 클럽 '. 온라인에서 매일 마주하던
우리가 드디어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날이었다.
나는 분주했다. 구글 문서에 할 일을 정리하고, 팀원들에게 준비물을 공유했다. 각자 하나씩의 음식(포트럭 파티 준비), 인바디 사진, 그리고 선글라스.
단순한 만남이 아니었다. 노트북과 TV를 연결해 큰 화면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우리가 함께 만든 음식들의 릴스
건강에 관한 PPT 강의
비포 앤 애프터 사진들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자, 각 역할에 딱 맞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세심하고 관찰력 뛰어난 C님께는 상장 문구를.
마케팅 감각이 탁월한 S님께는 음식 릴스 제작을.
3주 프로그램의 가장 큰 수혜자였던 J님께는 건강 PPT 발표를.
개인 톡으로 다정하게 부탁드렸다. 거짓말처럼 모두가 한 번에 "좋아요!"라고 답했다.
사실 이들은 서로를 몰랐다. 모두가 내 친구들이었지만, 만난 시기와 장소가 달랐기 때문이다.
20대 회사 선배
40대 독서 모임에서 만난 친구
40대 도서관 모임에서 만난 친구
40대 달리기 모임에서 만난 친구
40대부터 자기 계발에 입문한 나는, 여기저기서 만난 사람들 중 진짜 남은 '찐'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그리고
그중 한 분은 충청도 보령에서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왔다. 영하 15도 체감온도를 뚫고.
한강뷰가 펼쳐진 공간. 명찰은 없었지만, 서로를 직감적으로 알아볼 수 있었다. 각자 준비한 음식을 세팅하고, 서로의 정성을 칭찬하며 축배를 들었다.
"정말 대단한 4주였어요!"
원래 3주 프로그램에 1주 유지 기간까지, 우리는 해냈다. 5명 모두 감량에 성공했고, 그중 2명은 체중 5kg, 체지방 3%를 감량했다. 너무 빨리 가지 않았다. 습관을 장착하는 게 중요했으니까.
우리 다섯의 입에서 공통으로 나온 말.
"함께해서 할 수 있었다."
그날 우리의 대화는 운동과 식단을 넘어섰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의 삶, 각자의 현주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놀라웠다. 일대일로 만날 때는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여러 명이 만드는 시너지, 안전지대의 편안함이 그녀들의 입을 열게 한 것이었다.
'와, 저분에게 저런 속사정이 있었구나!' 함께 운동하고 식단을 관리하며 응원했던 동료들에게서, 나는 삶의 진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찐 응원을 보내주는 동료가 생겼다.
삶의 새로운 열정이 불타올랐다.
오늘과 내일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던 하루하루가 모여,
어느 순간 '쾅!' 하고 신선한 자극으로 떨어졌다.
꿈을 꾼 것 같았다. 연말 며칠을 남겨두고 급하게 만든 모임이었지만, 어쩌면 내게는 적절한 타이밍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해냈다. 우리 모두는 해냈다.
운동도, 식단도, 그리고 이 아름다운 축하 파티까지.
나에게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가슴이 들끓기 시작했다.
알았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는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았을 때, 어떤 마법이 일어나는지.
2026년, 나는 '커넥터'의 삶을 꿈꾼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으로 연결되고,
낯선 이들이 동료가 되고,
작은 목표가 삶의 변화가 되는 그 순간들을.
일회성이 아닌 계속 만들어가고 싶다.
늘 무언가 강력하고 철저하게 준비하고 시작하지 않는 내 성격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박혜란 너 이렇게 살아도 된다!
너 하고 싶은 거 하는 거 좋다! 지금처럼!
이라는 삶의 응원을 받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사십 대 중반을 정통으로 맞은 나는
2026년, 또 하나의 최고 변곡점이 될 것 같은 울렁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