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연락이 없으셨다. 그래서 나는 좋았다.
온전히 우리 가정만 돌아볼 수 있었고,
크게 스트레스받을 일도, 신경 쓸 일도 없다고 느낄
어느 날,
폰에 '어머니'가 떴다..
왜 전화하신 거지? 불편한데…
벨은 얼마 울리지 않아 끊어졌다..
그걸 핑계로 나도 피해버렸다.
근데, 2시간 후 다시 벨이 울린다.
아이랑 간식을 사서 집으로 들어가던 길이였다.
칭얼거리는 아이 핑계로 집에 가서 전화드려야지,
하는 찰나, 문자가 왔다.
"할 말 있으니 전화 안 받고 하지 말고, 전화받거라"
타이밍이 참, 우습다.
마음을 가다듬고 전화를 드렸다.
전화 피하다 문자보고 전화드리는 꼴이 돼버린 채로…
"여보세요"
"아까, 전화했었는데, 안 받길래 애가 아파서 병원 갔는지, 아님 네가 아픈 건가 생각했었다."
"……"
"전에 네가 했던 말들, 우리 다 풀고 잘 지내자.. 난 널 미워한 적도 싫어한 적도 없다. 서로 말의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없었던 일처럼, 아니 없었던 일은 안 되겠지만 그냥 다 풀고 처음처럼 지내면 안 되겠니?"
"말로 상처 주시니 마음이 닫히다 보니 저도 시간이 좀 필요해요…"
"그때그때 풀고 우리 그냥 잘 지내자."
"저는 어머니께 그때 말씀드리는데 어머니께서 듣다가 바로 기분 나쁜 투로 '에휴~어렵다!'라고 반응하셔서
'아~ 어머니께는 말씀드려도 이해 못 하실뿐더러 바뀌실 분도 아니라고 느꼈어요."
"그때 그래서 내가 전화해서 쌓아두지 말고 풀자 얘기했었잖니.. 그냥 잘 지내고 했으면 좋겠다"
"제가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해라는 게 아니라 그냥 예전처럼 그렇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당장 딱! 이렇게 안되네요. 저도 시간이 필요해요"
"그래~내 전화 안 받고 하지 말고, 전화도 받아줘라~"
"저도 시간이 필요해서요, 남편 통해서 전해 들을게요"
"그래.."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건 아니다.
근데, 참.. 이건 사과의 전화인 건지
그냥 없었던 일처럼 예전처럼 싹싹하게
자주 연락도하고, 찾아도 뵙고,
아들 대신 다 해주던 그때로 돌아갔으면 해서 그러신 건지.. 그래봤자 안 본 지 고작, 한 달인데…
나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없는
막무가내의 전화 한 통에 다시 속이 쓰리고 아파온다…
제발, 제발 좀, 나 좀 내버려 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