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쌓인 감정 때문인 건지
육아의 스트레스에 이 모든 게 겹쳐서 그런 건지
나의 몸은 방전이라고 신호를 보내왔다.
얼굴에 홍조가 느껴지고,
가슴 가운데에 돌덩이가 있는 것처럼 답답하고,
소화도 잘 안돼서 소화제 먹는 날이 늘어나고,
이 모든 게 나의 마음의 문제였다.
남편이랑 연애하는 4년과 결혼생활 4년 중
제일 대화다운 대화라 생각했었다.
차분하게 큰소리 나는 거 없이
나는 나의 마음을 다 얘기했었다.
남편도 이러다 병날 거 같다는 나의 말에
정말 내 모습이 그래 보였는지 별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자기랑 우리 엄마는 안 맞는 거 같으니깐,
그냥 평생 안 보고 사는 게 맞는 것 같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마디 하곤 내 눈치를 살핀다.
더 이상 화도 안 났고, 지금은 내 상황이 이러니
그냥 조금 시간을 달라했다.
자기랑 사는 한 안 보고 살 순 없을 테고,
나도 시간이 좀 필요하지 않겠냐고…
그러던 중 어머니께 연락이 왔다.
요즘 내가 애 키운다고 힘들어서
우울증 비슷하게 온 것 같다고
남편이 말을 둘러서 해놓았던 모양이다.
"어머니 아들이 뭐라고 하던가요?"
" 애 키우고 이래저래 신경 써서 힘들고 요즘 좀 우울하다던데…"
" 아, 그렇게 말하던가요? 어머니께서 그렇게 생각하시니 말씀 좀 드릴게요~"
나는 그동안의 일들을 하나하나 말씀 드렸다.
처음에는 이런 말씀을 왜 하시지…
어?! 이건 뭐지?
이걸 지금 농담이라고 하시나?
뭔가 어머니랑 통화하고 나면
말속에 뼈가 있는 것 같고, 찌꺼기가 남은 것처럼
기분이 안 좋아졌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고…
"아니~ 나는 그냥 농담으로 한 말인데~"
농담으로 할 말이 있고 안 해야 될 말이 있는데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시라고…
시집살이 시켜볼까부터 어린 손녀가 때렸다는데
시부모님 대신해서 해주네~둘째가 장남 노릇한다던데 저한테 몇 번이고 말씀하시는 거, 나도 집에서 장년데 저희 엄마가 남편한테 볼 때마다 맏사위 노릇 운운하면 부담스럽지 않겠냐고…
그러다 갑자기
"아휴~~! 참! 어렵다!"
"네가 쌓인 게 많구나!"
어머니는 나를 미워하거나 싫어서 그렇게 말한 적 없다고, 나를 딸로 생각하셨단다.
딸로 생각하셨는데 남편은 부엌만 들어와도
너는 가서 쉬어라~
피곤할 텐데 자게 내버려 둬라~
설거지하고 있는데 손녀 똥 한번 안 치워주시며
내가 치우다 무슨 일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하시니..
이게 정말 딸로 생각하셔서 그러신 건지…
상처 주는 말씀을 그렇게 하시니
다가가려다가도 마음을 닫게 되더라며
나의 속얘기를 다 해버렸다.
차라리 처음부터 말을 했었더라면
이렇게 쌓이진 않았을까…
바뀔걸 기대하고 얘기한건 아니지만,
그냥 이젠 나를 조금 어려워하셨으면 좋겠다.